삼성전자, 릴레함메르 겨울청소년올림픽 스튜디오 오픈
11일(현지 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영 앰배서더(Young Ambassador·청소년 홍보대사)들이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 위치한 ‘삼성 갤럭시 스튜디오’를 방문해 기어VR와 4D 체험 의자를 통해 스키점프 VR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맨위 사진). 같은 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맨아래 사진)도 삼성 갤럭시 스튜디오를 찾아 기어VR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정면에는 선수단 대표들이 서 있는 무대 뒤로 대형 스크린이 보였다. 천천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무대 아래 설원 위로 알록달록한 유니폼을 입은 각국 청소년 대표단의 모습도 들어왔다. 선수들이 손에 든 국기가 잔잔한 바람에 조금씩 휘날리는 모습까지 마치 실제 옆에서 보는 것처럼 고스란히 전달됐다.
○ 가상현실로 생중계된 올림픽
IOC와 삼성전자는 180도 각도로 촬영이 가능한 VR 카메라 두 대를 개막식장에 설치해 풀 샷과 클로즈업 샷을 번갈아가며 현장을 중계했다. 꼭 릴레함메르 현지가 아니더라도 세계 어디서든 기어VR만 있으면 ‘넥스트 VR’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서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는 개막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기어VR를 머리에 쓰고 영상을 처음 켰을 때 바라보는 방향이 정면이다. 이를 기준으로 고개를 좌우상하로 돌려도 영상이 이어진다. 180도 영상이라 고개를 목 뒤로 돌리니 검은 화면 위로 올림픽 엠블럼과 삼성전자 로고만 보였다.
말 그대로 가상현실을 구현한 영상이기 때문에 TV 화면을 통해 지켜보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감상한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직접 콘텐츠 속에 들어가 있는 듯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어VR를 통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공간을 원격으로 체험하는 ‘텔레프레젠스(telepresence·원격현장감)’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VR 기기를 거치면서 영상이 확대되기 때문에 화면 픽셀이 눈에 보이는 등 화질이 떨어지는 기술적 한계는 아직 있었다. 그래서 흡사 3차원(3D) 컴퓨터그래픽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개막식에 하루 앞서 11일 삼성 갤럭시 스튜디오를 찾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경기를 치르는 순간 선수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과 감동을 관중도 VR를 통해 더 잘 전달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VR 속으로 들어간 스포츠업계
첫 올림픽 VR 생중계를 성공적으로 마친 IOC는 앞으로도 올림픽 주요 행사마다 VR 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여름올림픽은 물론이고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도 VR 생중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IOC 산하 올림픽방송기구(OBS) 야니스 에자르호스 대표는 “릴레함메르 겨울청소년올림픽은 첫 올림픽 VR 시험대였다”며 “VR 기술이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브라질 올림픽부터는 개막식뿐만 아니라 매일 최소 한 개 이상의 경기를 생중계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올림픽 방송 중계권을 가진 각국 방송국들과 협의만 잘 이뤄지면 올림픽 VR 경기는 모두 무료로 중계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VR 생중계 시장이 2025년이면 전 세계적으로 시청자 9500만 명을 확보해 4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릴레함메르=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