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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그리고 귀향①] 강하늘 “윤동주, 우리처럼 질투하며 사랑했다”

입력 | 2016-02-15 08:00:00

연기자 강하늘은 누구나 그 존재를 알지만 정작 깊이 알지 못했던 시인 윤동주의 삶을 영화 ‘동주’를 통해 간접적으로 받아들였다. “순백의 천사가 아닌 모든 감정을 공유한 인간이었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DB


■ 영화 ‘동주’로 시인 윤동주를 풀어낸 강하늘

순백의 천사 아닌 인간 윤동주 알게 돼
훗날 그를 만나도 부끄럽지 않을것 같다
‘천천히 흘러가는 연기자’가 목표
영화·드라마·연극까지…나의 재충전법

강하늘(26)은 영화 ‘동주’의 촬영이 끝났음을 알리는 이준익 감독의 “컷!” 소리를 듣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시나리오를 하늘 뒤로 던졌다.

“몇 장의 종이조각(시나리오)이 얼마나 무겁게 느껴졌던지. 촬영 내내 편히 잠을 잔 적이 없다. 중압감과 부담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잠수를 탈까, 숨어 버릴까. 별 생각을 다했다.”

17일 개봉하는 ‘동주’(제작 루스이소니도스)는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다. 누구나 알고 있는 ‘별의 시인’이지만 정작 윤동주의 청춘, 인간적인 모습을 들여다볼 기회는 없었다. 영화는 갈망과 번민에 찬 윤동주의 젊은 날들을 펼친다.

그런 시인의 모습을 그려낸 강하늘은 “훗날 윤동주 시인을 만나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집중해 표현했기에 미련이 없다는 뜻이다. “시인 윤동주가 아닌, 인간 윤동주를 알게 된 기분”이라고 했다.

사실 강하늘은 윤동주의 오랜 팬이기도 하다. ‘동주’를 만난 건 어쩌면 운명일지 모른다. 시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구입해 책장에 꽂아두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연극무대에 올라 희곡을 접한 영향일까. 강하늘은 “시를 좋아해 백석과 이육사도 읊는다”고 했다.

그런 강하늘 역시 윤동주에 관한 고정된 이미지가 있었다. “순백의 천사 같은, 모든 게 흰 이미지”였다.

하지만 연기로 윤동주의 삶을 간접체험한 뒤 시선은 달라졌다. “그 시대를 살아낸 청춘, 사람이 느끼는 질투와 사랑의 감정을 모두 공유한 인물”이라는 판단이다.

영화 ‘동주’는 흔히 기억해온 흑백사진 속 윤동주 시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흑백필름으로 완성됐다. 사진제공|루스이소니도스


강하늘이 대중으로부터 얻는 이미지는 일부분 윤동주와 겹친다. 순수해 보이는 외모, 그로부터 풍기는 착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있다. 때문일까 ‘연애 숙맥’이라는 시선도 받는다.

“연애 숙맥? 그건 연애하는 상대가 평가해야 할 문제이니까 잘 모르겠다. 일단 ‘모태솔로’가 아니란 사실은 짚고 가야겠다. 하하!”

강하늘의 모토는 단순하다.

“즐기자.”

그런 면에서 “이준익 감독과 내 지향은 같다”고 했다. 영화 데뷔작 ‘평양성’으로 이 감독과 처음 만나 지금껏 “친구로 지낸다”고 했다.

“굵게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편안하게 천천히 흘러가는 연기자가 좋다. 조급해 하지 않는 편이다. 되면 되는 거고, 안 되도 할 수 없다.”

그래도 연기 잘 하는 배우를 보면 “욕”이 나올 만큼 자극을 받는다. 얼마 전 영화 ‘버드맨’을 네 번째 보고 난 기분이 그랬다.

“에드워드 노튼을 보고 욕을 참기 어려웠다. 하하! ‘바스터즈’의 크리스토프 왈츠에 반한 적도 있다.”

강하늘은 ‘동주’와 같은 날 또 다른 출연영화 ‘좋아해줘’를 내놓는다. 개성이 다른 세 커플의 이야기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작곡가 역할을 맡았다. 소심한 성격 탓에 사랑 앞에 주저하지만 ‘고수’(이솜)를 만나 연애를 시작하는 풋풋한 모습이다. 지금은 드라마 ‘보보심경:려’ 촬영에도 한창이다. 눈코 뜰 새 없지만 또 다른 “욕심”까지 가졌다.

“드라마가 끝나면 공연을 할 생각이다. 작년 초 연극 ‘해롤드 앤 모드’를 했는데, 그때 챙겨둔 에너지가 떨어져간다. 다시 에너지 채우러 무대로 달려가야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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