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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윤완준]‘12년만의 강력조치’ 내부설득 무책임

입력 | 2016-02-15 03:00:00

[남북 ‘强대强 대치’]




윤완준·정치부

“박근혜 정부의 어떤 대북 조치도 이번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처럼 국민의 의견이 갈린 적이 없었다.”

정부 소식통이 14일 “지금 박 대통령의 가장 큰 적은 남남(南南) 갈등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에 대한 찬반 논란에 대해 전방위로 설득하려는 모습은 잘 안 보인다”며 한 말이다.

2013년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위협에 기업들을 전격 철수시켰을 때도, 8·25 남북 합의에도 국민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번엔 기류가 달라 보인다.

그 배경의 하나로 정부가 일사불란한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번 조치는 개성공단 ‘잠정’ 중단이 아닌 ‘전면’ 중단이었다. 12년 만에 사실상 완전히 문을 닫는 조치였는데도 정부가 사전에 치밀한 대책을 준비하지 못한 채 부랴부랴 움직이는 티가 많이 난다.

여론 관리도 미흡하다. 야권은 “남북 화해의 상징이자 마지막 남은 연결고리를 끊은 자해적 조치”라며 ‘무효’를 주장한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2일 브리핑에 이어 14일 방송에 출연해 ‘개성공단 달러’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쓰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우리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반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라며 공세를 폈다. 정부는 언제부터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지금까진 왜 묵인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통일부 어디에서도 “개성공단 자체는 불법 무기 구입이 아니라 노동력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것이라 결의에 어긋난 게 아니다. 결과적으로 그 돈이 핵·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게 문제”(개성공단 사정을 잘 아는 전직 고위 당국자)라는 설득력 있는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에 미리 귀띔해줄 수 없었던 전격적인 조치의 궁금증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정부 당국자도 찾을 수 없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에야 움직였다. 그나마도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민관합동간담회에서 대응에 나서 “정부의 노력만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경영 애로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을 뿐이다.

군사적 긴장 고조까지 각오하는 청와대가 가장 우려하는 게 “남남 갈등으로 인한 ‘초강력 대북 제재 동력’의 상실”이다. 지난달 4차 핵실험 뒤 북한은 정작 잊히고 한미일-중러가 싸웠듯 이번에는 우리끼리 싸울까 걱정이다. 전면 중단을 직접 결정한 박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며 정부 당국자들이 할 일을 하지 않는 건 아닌가. 이런 식이면 김정은만 웃는다.

윤완준·정치부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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