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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에 기대 접는 오바마… 對中압박 국제 포위망 강화

입력 | 2016-02-15 03:00:00

[격해지는 美-中 갈등]美정부, 中에 강경 선회




북한 문제 해결의 지렛대(레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을 상대로 ‘조용한 외교’를 펼쳤던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정책 기조를 급격히 바꾸고 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지난달 27일 베이징(北京)까지 찾아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안 합의를 거부한 상황에서 북한이 7일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중국과의 갈등도 불사하겠다는 미국의 대중(對中)정책 전환은 ‘중국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한국 정부와의 판단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12일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 강화 법안에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타깃으로 한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일부 들어간 과정이 대표적 사례다. 이 법안엔 당초 세컨더리 보이콧이 정부가 원하면 적용할 수 있는 ‘재량 조항’으로 들어가 있었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한 미 행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상원을 거치면서 이 조항은 대량무기 확산 등 일부 경우에 한해 의무조항으로 강화됐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의회의 손을 들어줬다. 백악관은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10일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남중국해와 사이버 해킹 등 북핵 외에 중국과의 해묵은 갈등 이슈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겠다는 분위기다. 2013년 6월 오바마 대통령이 갓 취임한 시 주석을 초대해 ‘평화와 협력’을 다짐했던 캘리포니아 휴양지 서니랜즈는 이번 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10개국 정상들이 오바마 대통령과 둘러앉아 중국을 비판하는 성토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정상이 초대되는 이번 회의에서는 필리핀 등이 중국과 갈등 중인 남중국해 이슈가 정식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분쟁 당사자들에게 남중국해에서의 시설 건립, 군사기지화를 중단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해 중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대북제재도 주요 의제에 올라 있어 미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어떤 대북, 대중 압박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기자회견이나 성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북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15일 재개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논의 과정에서 중국이 전향적으로 나올 경우 미국의 강경 드라이브가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임기 마지막 해 외교안보 정책의 초점을 둘 전망이어서 북핵 공조 외에 미중 간 균열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당장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세계 경제 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다”며 중국이 지난해 출범시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확산에 제동을 걸 것이 확실시된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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