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해지는 美-中 갈등]美정부, 中에 강경 선회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지난달 27일 베이징(北京)까지 찾아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안 합의를 거부한 상황에서 북한이 7일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중국과의 갈등도 불사하겠다는 미국의 대중(對中)정책 전환은 ‘중국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한국 정부와의 판단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12일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 강화 법안에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타깃으로 한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일부 들어간 과정이 대표적 사례다. 이 법안엔 당초 세컨더리 보이콧이 정부가 원하면 적용할 수 있는 ‘재량 조항’으로 들어가 있었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한 미 행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상원을 거치면서 이 조항은 대량무기 확산 등 일부 경우에 한해 의무조항으로 강화됐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의회의 손을 들어줬다. 백악관은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10일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물론 15일 재개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논의 과정에서 중국이 전향적으로 나올 경우 미국의 강경 드라이브가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임기 마지막 해 외교안보 정책의 초점을 둘 전망이어서 북핵 공조 외에 미중 간 균열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당장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세계 경제 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다”며 중국이 지난해 출범시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확산에 제동을 걸 것이 확실시된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