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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4800명의 목숨이…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 선진국의 2배

입력 | 2016-02-15 03:00:00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동아일보-채널A 2016 캠페인 5大 제언




《 동아일보와 채널A가 2016년에도 반칙운전을 감시하고 착한 운전을 응원합니다. 2013년 ‘시동 꺼! 반칙운전’으로 시작해 캠페인 4년 차인 올해는 교통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합니다. 현재 약 4700명인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매년 400명씩 계속 줄여 나가면 2020년에는 선진국 수준에 가까워집니다. 》

2014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4762명이다. 사상 처음으로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5000명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교통 선진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인구 100만 명당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영국 28명, 독일 40명, 이웃나라 일본이 41명이다. 한국은 2013년 101명에서 2014년 93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선진국의 2배가 넘는다. 한국이 교통안전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매년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금보다 2000명 이상 줄어들어야 한다. 2020년까지 앞으로 5년간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400명씩 계속 사망자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국내 교통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실천 방안을 마련했다. △음주운전 △도심 제한속도 △안전띠 착용 △고령 운전자 △버스 문화 혁신 등 5개 분야다. 동아일보와 채널A 취재팀은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e메일(save2000@donga.com)로 받는다.

(1) 음주단속 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지금까지 통계가 확정된 2010년부터 4년간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인원은 107만7039명. 이 가운데 과거 1회 이상 음주운전에 적발된 경험이 있는 비율은 41.7%에 이른다. 3회 이상 적발된 사례도 15.6%. 여전히 많은 운전자가 ‘술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며 운전대를 잡는 것이다. 현행 음주운전 단속 기준의 심리적 경고 효과가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음주운전 단속 기준은 혈중 알코올농도 0.05%다. 1980년 음주측정기를 이용한 현장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기준은 그대로다. 전문가들은 단속 기준을 0.03%로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방울이라도 술을 입에 대면 아예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다. 0.03%로 강화하면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가 연간 300명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음주운전을 살인 예비행위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사망사고 발생 시 형량을 최대 10년 징역형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같은 이유로 사면을 제한하고 면허 재취득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교통사고가 나면 음주운전자 과실을 100%로 산정하는 등 강 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 도심속도 10km 낮춰 보행자 사고 줄여야

“골목길에서 왜 그렇게 빨리 달리는 거죠?”

한국 생활 20년째인 일본인 다나카 하나코 씨(43·여)는 여전히 한국의 도로가 무섭다. 큰 도로는 물론이고 좁은 골목길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는 차량 때문이다.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설 때마다 다나카 씨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그는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 습관이 도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한 해 동안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행자는 1910명.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40.1%다. 이 중 65.2%(1245명)는 폭 13m 미만의 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전문가들은 도로를 보행자와 공유하는 공간이 아니라 차량의 전용공간으로 여기는 운전문화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이다. 도심의 제한속도를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10km만 낮춰도 보행자의 희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이 2014년 제한속도를 시속 10∼30km 낮춘 134개 지역의 교통안전도 개선 효과를 평가한 결과 사고 발생은 18.3%, 사상자 수는 26.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 시도 2014년 시속 30마일(약 48km)이던 제한속도를 25마일(약 40km)로 낮췄다.

(3) 뒷좌석도 안전띠를… 위반땐 범칙금 강화

안전띠를 매지 않을 경우 교통사고가 나면 사망률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5배가량 높아진다. 부상 가능성은 18배 이상으로 치솟는다. 그래서 안전띠를 ‘생명띠’라고 부른다. 하지만 국내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25.7%(2016년)에 그치고 있다.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이 97%인 독일과 비교하면 민망할 정도다. 뒷좌석 탑승자가 안전띠를 매지 않았을 때 본인뿐 아니라 충돌로 인한 조수석 탑승자 사망률도 7배나 높아진다.

이를 줄이기 위해 일반도로에서 승용차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아직도 통과되지 못했다. 대부분의 교통 선진국은 10∼20년 전에 뒷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했다.

전문가들은 뒷좌석 안전띠 착용만 잘 지켜도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200∼300명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띠 착용처럼 사망률에 직결되는 법규를 위반했을 때의 범칙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현행 고속도로 등에서 안전띠 미착용 범칙금 3만 원은 강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설문 결과, 전체의 90%가 안전띠 미착용 범칙금을 올려야 한다고 답변했다. ‘10만 원’이 30%로 가장 많았고, ‘15만 원’도 10%를 차지했다.

(4) 7080 안전운전 위해 자격-적성검사 확대

지난해 10월 일본 미야자키 현에서 73세 고령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치매를 앓던 운전자가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지 못하고 700m를 질주한 것이다. 고령자 관리가 세계 최고라는 일본에서 치매환자가 어떻게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을까. ‘75세 이상’으로 정한 인지기능검사 대상에서 해당 운전자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연령 기준을 다시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젊은층 등 일반 운전자의 난폭운전 등을 단속할 제도는 최근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어느 정도 보완됐지만 부적격 고령 운전자를 가려낼 시스템은 미비하다. 65세 이상 운전자가 5년마다 받는 적성검사가 전부다. 일반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적성검사가 고령 운전자의 신체기능과 인지능력 저하를 정확하게 짚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나마 올해부터 65세 이상 사업용 버스 운전사를 대상으로 7가지 유형의 자격유지 검사가 실시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격심사를 택시,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75세 이상 운전자는 최소 2년마다 치매검사와 인지적성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 사고 잦은 버스회사 관리감독 엄격하게


지난해 10월 인터넷에 한 버스 운전사의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운전사는 버스를 몰면서 버젓이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운전사는 신호대기로 정차할 때마다 운전석 왼쪽 거치대에 올려놓은 스마트폰 화면을 쉴 새 없이 ‘터치’했다. 버스 안에서 “졸음, 과속, 전방주시 태만을 주의하자”는 방송이 흘러 나왔지만 운전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배차 간격을 지킨다는 핑계로 승객 안전을 소홀히 하는 사례도 있다. 7일 경기 평택시에서는 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를 지나던 버스와 트럭이 충돌해 트럭 조수석에 타고 있던 어머니와 아들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서 버스 운전사는 “운행시간표를 지키려고 어쩔 수 없이 신호를 위반했다”고 진술했다.

운전사에게 생명과 안전을 맡긴 버스 승객들은 불안하다. 2014년 한국운수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버스 사고 사망자는 해외 주요국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프랑스는 버스 사고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었고 벨기에는 2명, 스페인 4명, 영국 7명(이상 2011년)에 그쳤다. 한국은 같은 해 152명이 버스 사고로 숨졌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사고를 자주 내는 버스 회사는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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