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3일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정권(노무현 정권)은 사악한 정권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긴장감이 떨어져 있다. 해변에 놀러 나온 사람들 같다”고 소속 당을 비판했다. 대권 경쟁자이자 한나라당을 이끌던 박근혜 대표가 이 시장의 비판에 발끈해 “당을 희생 삼아 개인플레이만 하는 사람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논란이 뜨거워졌다. ‘해변에 놀러 나온 사람’이란 말은 한동안 한나라당에서 유행어가 됐다.
▷2007년 8월 17일자 본보는 한나라당을 ‘초식동물’이라고 촌철살인(寸鐵殺人)하는 사설을 썼다. “제1 야당이 초식동물의 이빨로 우물거리고만 있으니…언론탄압 하수인들이 맹수의 이빨로 마음 놓고 언론을 물어뜯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을 초식동물에 비유했다. 풀을 먹는 초식동물은 순하다. 한번 물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맹수 같은 질기고 흉포한 근성이 없다.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5년 내내 광우병 파동을 비롯해 맹수 같은 진보좌파 세력에 시달렸다. 맹수의 기세에 겁먹은 초식동물이 따로 없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