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농·6차산업]
전남 장성 백련동편백농원 청년농민 김진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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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동편백농원 김진환 팀장이 편백나무 잎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만든 화장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 팀장은 편백나무로 농업의 6차산업화를 이뤘다. 그는 “청년들에게 농촌은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장성=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남 장성군 서삼면의 백련동편백농원 김진환 팀장(30)에게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이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다. 대학 졸업 전에 농업에 뛰어든 ‘청년 농민’인 그가 강연 요청을 받아 대학 강단에 설 때마다 이런 질문이 나온다.
“학생들의 질문에는 두 가지 걱정이 담겼어요. 첫째는 영화관도 없는 시골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고, 둘째는 농촌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죠.”
첫 번째 걱정은 웃어넘겼다. 기차나 버스 교통편이 워낙 잘돼 있어 웬만한 시골에서도 30분∼1시간이면 영화관 있는 도시에 갈 수 있다. 문제는 두 번째 걱정이다. 시골에서 즐겁게 일하며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팀장도 그랬다. 초등학생 때인 1997년 부모를 따라 귀농한 그에게 시골은 낯선 공간이었다. 서울에서 건축 설계 일을 하던 아버지 김동석 씨(58)는 동네 사람들이 하던 대로 고추와 배추 등을 심었다. 결과는 안 좋았다. 귀농 후 7년간 수익을 낸 적이 없었다. 집안 분위기도 삭막해졌다. 당시 그의 목표는 ‘하루빨리 시골을 탈출하는 것’이었다.
○ 6차산업인으로 성장한 청년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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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를 가지고 만든 다양한 제품들. 특유의 시원한 향을 지닌 편백나무는 항균 기능이 뛰어나 친환경 목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성=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이 무렵 김 팀장은 막 군 복무를 마치고 광주의 한 대학에 복학했다. 원래 도시에 정착할 계획이었지만 마음을 바꾸었다. 그에게는 대수롭지 않던 인터넷 활용 능력 같은 것이 마을에서는 대단하게 여겨졌다.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면 농촌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09년에 그는 본격적으로 편백나무 사업에 뛰어들었다. 편백나무 잎을 끓여 추출한 기름으로 천연 화장품을 만들었다. 조선대, 광주여대 등을 오가며 산학협력을 했고, 그 결과 편백나무 화장품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편백나무 숲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천연 염색과 화장품 만들기로 체험 상품을 늘려 갔다.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농원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제품 판매장을 찾는 방문객도 자연스레 증가했다. 그 덕분에 백련동편백농원은 지난해 5억7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 팀장은 “주어진 자원만 제대로 활용해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융합한 6차산업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 농촌, 청년에게 매력적
6차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지역 사회 일자리도 창출했다. 2013년에 9명이던 편백농원 근무자가 지난해에 30명으로 2년 만에 3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 농원과 거래를 하는 인근 가구도 10년 전에는 한두 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가구에 이른다. 김 팀장은 특히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농업은 청년에게 매력적인 산업이라고 강조한다.
농촌은 느리고 답답한 곳이란 생각은 김 팀장에게는 편견에 불과하다. 그는 그 편견만 버리면 농촌은 ‘기회의 땅’이라고 했다. 그는 창업 희망자에게 “솔직히 임차료 비싼 도시보다 농촌이 실패로 인한 위험 부담도 적고 정부 지원도 많다”고 조언했다. 이제 갓 서른 살이 된 김 팀장은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 독일 등 유럽에서 인기인 숲 유치원을 운영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편백나무 성분을 함유한 치약도 곧 내놓을 예정이다.
“제 손자, 그 손자의 손자도 이어받아 키울 수 있는 장수 농업 기업을 만들 겁니다. 그래야 계속 농촌도 젊음을 유지할 테니까요.”
장성=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