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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전 불붙자… 몸값 뛰는 현대증권

입력 | 2016-02-16 03:00:00

KB금융-한국금융지주 ‘大魚’ 놓고 재격돌… 키움증권도 입질




증권업계의 마지막 대형 매물로 꼽히는 현대증권 인수 경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유력 인수후보인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가 12일 각각 매각 절차(실사) 참여를 위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현대증권 매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해 15일 현대증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3.23% 뛴 5990원에 마감됐다.

○ 다시 맞붙은 KB와 한국금융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는 마감시한(29일)을 보름 이상 앞두고 인수의향서를 제출해 현대증권 인수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지난해 증권업계 최대어로 꼽히던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미래에셋금융그룹에 밀려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KB금융은 업계 2위(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의 금융지주지만 사업모델이 은행업에 치우쳐 있다. 증권사 인수를 통해 비(非)은행부문 강화를 꾀하는 이유다.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KB투자증권은 총 3조8000억 원 규모의 대형 증권사로 거듭날 수 있다. 고객 자산관리(WM) 측면에서도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풍부한 자본력은 강점이지만 2013년 우리투자증권, 지난해 대우증권 등 인수합병(M&A)에서 번번이 실패한 것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단박에 자기자본 6조 원대의 초대형 증권사로 도약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하면 대우증권을 품은 미래에셋증권(통합 시 약 7조 원대 규모)에 이어 국내 2위의 증권사가 되는 것이다. 투자은행(IB)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이번 인수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M&A에 성공한 경험은 강점이지만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업무 중복으로 시너지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약점도 있다.

두 회사는 “실사 후 인수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KB는 12일 실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한국금융지주도 곧 TF를 구성할 계획이다.

○ 우선매수청구권이 매각 성사의 관건

이 밖에 중소 증권사인 키움증권도 현대증권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의향서 제출 시한이 남은 만큼 인수전이 치열해질 수 있다”며 “증권사뿐 아니라 일부 사모펀드와 중국계 자본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6000억 원대 안팎에서 인수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현대증권의 지난해 말 현재 장부가치는 7448억 원에 이른다. 매각 대상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보유한 기타주주 지분을 합한 22.56%다. 15일 종가 기준으로 해당 지분의 시장가격은 약 3200억 원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형 증권사 인수 사례와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청구권을 감안하면 예상 인수가격은 4300억∼5800억 원에서 형성될 것”이라며 “대우증권 인수 때 미래에셋이 예상 밖의 높은 가격을 낸 것처럼 매수자의 인수 의지에 따라 ‘플러스알파’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해 10월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오릭스PE)가 인수를 포기한 것도 우선매수청구권으로 인해 ‘파킹딜(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민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되찾아오는 계약)’ 의혹이 불거진 영향이 컸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그룹의 실질적 매각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