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대표 연설서 제기… 軍일각서도 전술핵 배치 카드 주장 美-中 반발 가능성… 실현 미지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루비콘 강’을 건너면서 북핵 방어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북핵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이 한반도 전역은 물론이고 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 능력까지 갖춰가는 상황에서 기존의 안보 군사적 수단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우리도 핵을 갖되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동시에 폐기하는 ‘조건부 핵무장’ 등 자위권 차원의 대북 억제수단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가 “당론이 아니라 개인 의견”이라고 했지만 집권 여당 원내대표의 공식 발언이어서 파장이 컸다.
수년 전부터 독자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반입을 주장해 왔던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도 전날 블로그에서 “핵무기는 핵무기로 대응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역설이야말로 냉전의 교훈”이라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잠정 탈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을 설득해 전술핵 재배치 시한을 정한 뒤 대북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배치 계획을 철회하되 협상에 실패하면 재배치를 하는 ‘조건부 한시적 전술핵 재배치론’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북 핵 옵션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군 내부에서도 이런 주장에 공감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군 고위 관계자는 “2020년대 초 북한은 최대 100기 이상의 핵탄두를 갖게 될 수도 있는데 재래식 전력 위주의 현 대응전략으로는 한계가 많다”며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 등 비상 처방을 강구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