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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훈]김종인과 정운찬의 질긴 인연

입력 | 2016-02-16 03:00:00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30년 넘는 인연이다. 김종인이 5공화국 때 서울대 교수 서명사건으로 해직 위기에 처한 정운찬을 구해준 인연이 있다. 김종인은 5공화국 때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참여한 전력으로 논란을 빚었을 정도로 실세 교수였다. 교수협의회의 부활과 해직교수 복직 문제로 교수사회는 5공 내내 시끄러웠다. 당연히 정운찬 교수도 경기고와 경제학과 선배인 변형윤 교수가 해직된 터라 이러한 흐름에 참여했다가 김종인의 도움을 받은 인연으로 두 사람은 친한 사이가 됐다.

▷20여 년 전부터 나는 두 사람을 자주 봤다. 정운찬은 큰형뻘에 도움을 준 김종인을 늘 정중하게 대했다. 주요 결정 때는 사전에 상의할 정도로 가까웠다. 둘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이명박 정부 때 정운찬이 총리로 들어가면서부터. 정운찬은 2009년 9월 정정길 대통령실장의 메시지를 갖고 온 오연천 서울대 교수를 통해 제의를 처음 받았다. 그때 정운찬은 총장 시절 보직교수를 지낸 사람들과 저녁자리를 하던 중이었다.

▷정운찬은 총리직 수락 전에 김종인과 상의하지 않고 “OK” 했다. 그 뒤 두 사람은 멀어졌다. 1년 뒤에는 부부동반 식사를 했지만 옛날 관계로 돌아가진 못했다. 최근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경쟁적으로 정운찬을 끌어당겨 그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누군가 정운찬에게 고려대 총장을 지낸 유진오 박사를 거론하며 안철수가 대권후보를 양보할 리 없는 국민의당행을 만류했다. 유진오는 신민당 총재였던 유진산의 권유로 정계에 투신했으나 대권후보는 못 되고 야당 당수만 하고 그쳤다.

▷정운찬은 2012년 6월 연구소를 창립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에 힘 쏟고 있다. 시대에 맞는 화두를 잘 잡았다. 돌멩이가 얼굴을 향해, 아니면 뒤통수를 향해 날아 오느냐. 운명과 숙명의 차이를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숙명처럼 정치가 닥치면 모를까 그냥 동반성장에 매진했으면 좋겠다. 질긴 인연의 김종인이 붙들어도 뿌리쳐라. JP(김종필)가 말한 것처럼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