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부터 나는 두 사람을 자주 봤다. 정운찬은 큰형뻘에 도움을 준 김종인을 늘 정중하게 대했다. 주요 결정 때는 사전에 상의할 정도로 가까웠다. 둘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이명박 정부 때 정운찬이 총리로 들어가면서부터. 정운찬은 2009년 9월 정정길 대통령실장의 메시지를 갖고 온 오연천 서울대 교수를 통해 제의를 처음 받았다. 그때 정운찬은 총장 시절 보직교수를 지낸 사람들과 저녁자리를 하던 중이었다.
▷정운찬은 총리직 수락 전에 김종인과 상의하지 않고 “OK” 했다. 그 뒤 두 사람은 멀어졌다. 1년 뒤에는 부부동반 식사를 했지만 옛날 관계로 돌아가진 못했다. 최근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경쟁적으로 정운찬을 끌어당겨 그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누군가 정운찬에게 고려대 총장을 지낸 유진오 박사를 거론하며 안철수가 대권후보를 양보할 리 없는 국민의당행을 만류했다. 유진오는 신민당 총재였던 유진산의 권유로 정계에 투신했으나 대권후보는 못 되고 야당 당수만 하고 그쳤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