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5년]<下>고향을 등지는 사람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사회 지도층에 대한 신뢰를 잃은 일본 국민들은 대규모 시위로 세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2012년 6월 도쿄 시내 중심가에서 반(反)원전 시위(위쪽 사진)를 벌였고, 이 열기는 2015년 7∼8월 아베 정권의 안보법안을 반대하는 시위(아래쪽 사진)로 이어졌다. 아사히신문 제공
도쿄·이시노마키=장원재 특파원
5일 가게에서 만난 하나가와 씨는 “쓰나미(지진해일)로 운영하던 식당과 집을 모두 잃고 나니 허탈한 마음뿐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고향 친구들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보면 아직 가게 터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언젠가 돌아가 내 가게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와테에서 태어나 평생을 산 어머니(70)가 친구도 없이 무기력하게 있는 모습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11일 아사히신문 집계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동북 지역의 36개 지방자치단체는 대지진 후 약 15만6200명(전체의 15.6%)의 인구가 줄었다. 하나가와 씨의 고향인 오후나토의 경우도 2700명(6.6%)이 감소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외지로 빠져나가니 지역 경기가 침체되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다시 인구가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원전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후쿠시마 현 나라하(楢葉)의 경우 지난해 9월 피난 명령이 해제됐음에도 4개월 동안 돌아온 이들은 원래 주민수의 5.7%인 421명뿐이었다. 방사능 공포로 마을이 되살아날 것이란 확신이 없자 노인들만 고향에 돌아온 것이다. 이홍천 도쿄도시대 교수는 “30년 안에 수도권 인근에서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70%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일본 사회에서 재해에 대한 피로도가 증가하고 전반적인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반세기 만의 국회 앞 대규모 시위
취재 중 만난 이들 상당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무기력한 사회 지도층에 실망한 국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2012년 반(反)원전, 2015년 안보법 반대를 외치며 10만∼20만 명이 국회를 포위했다. 일본에서 국회를 에워싼 대규모 시위가 열린 것은 1960년 안보 투쟁 이후 50여 년 만이다. 민주당 정권의 미숙한 대처는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등장을 불러왔다.
도쿄·이시노마키=장원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