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 거두 스캘리아-진보파 대모 긴즈버그의 ‘남다른 우정’
세 살 연하의 스캘리아는 1986년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지명으로 대법관이 된 최고참 대법관으로 가부장적 가치의 수호자였다. 스캘리아가 미 보수주의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면 긴즈버그는 남녀평등과 소수자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 온 진보파의 대모(代母)다. 1993년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7년 늦게 대법원에 입성한 현직 최고령 대법관이다.
실제 두 사람은 동성애, 낙태, 총기 문제에서 첨예한 법리 다툼을 벌여왔다. 이념뿐 아니라 외모와 성격도 판이하다. 스캘리아가 덩치 큰 이탈리아계 독설가라면 긴즈버그는 깡마른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과묵하다.
긴즈버그가 14일 발표한 ‘절친’ 스캘리아에 대한 애도사는 이 오페라 이야기로 시작한다.
‘오페라 스캘리아/긴즈버그가 막바지로 치달을 때 테너 스캘리아와 소프라노 긴즈버그는 듀엣으로 ‘우린 다르지만 하나’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다른 것은 법조문에 대한 해석이었고 하나인 것은 헌법과 대법원에 대한 존중이었습니다. 워싱턴 항소법원 시절부터 우리는 최고의 친구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의견은 달랐지만.’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