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10년 6개월만에 3번째 우승
2부 전전하다 대기선수로 극적 출전… 4R서 7언더파 몰아쳐 미컬슨 제쳐
상금 15억에 2년간 PGA 출전권 획득
1타 차 2위로 18번홀(파5)에서 1.5m 버디 퍼팅을 남겨둔 필 미컬슨(45·미국). 직전까지 비슷한 거리에서 시도한 23개의 퍼팅을 모두 성공시켰지만 퍼터를 떠난 공은 홀 끝을 맞고 튕겨 나왔다. 2013년 브리티시오픈 우승 이후 통산 43승째를 노리던 미컬슨이 정상 문턱에서 물러나는 순간이었다.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은 미컬슨보다 더 절박하게 승리를 원했던 본 테일러(40·미국)였다. 세계 랭킹 447위 테일러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페블비치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 270타로 역전우승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 미컬슨에게 6타 뒤졌던 테일러는 이날 7언더파를 몰아쳐 2005년 이후 10년 6개월 만에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테일러는 성적 부진으로 PGA투어 카드를 잃고 2012년부터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다. 이번 대회에도 예선전을 거쳐 대기 선수 1번으로 있다가 기권한 칼 페테르손(39·스웨덴)을 대신해 막차를 탔다. 지난주 콜롬비아에서 열린 웹닷컴투어 대회에 출전했다 식중독에 걸려 기권했던 그는 귀국길 항공 요금을 아끼려고 고향인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로 가는 직항편 대신 캘리포니아 주 경유편 티켓을 끊었었다. 수화물 무게가 많이 나가면 추가 비용을 낼 수 있어 휴대용 가방도 하나만 들고 귀국했다. 2014년 보트 전복 사고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든 적도 있다.
한편 강성훈은 퍼팅 수가 40개까지 치솟으며 5타를 잃고 공동 1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