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국밥/동아일보]한국시리즈서 마음고생 삼성 최형우
《 누구나 잘할 때도, 못할 때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모든 걸 보여줘야 하는 프로 선수들에겐 이 당연한 말이 가혹할 만큼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준비했다. 동아일보가 시원하게 경기를 ‘말아먹은’ 선수들을 찾아가 속사정을 들어본다. 첫 번째 주인공은 프로야구 삼성의 4번 타자 최형우다. 》
타격훈련을 마친 최형우가 일본 온나손 아카마 구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지난해 누구보다 아쉬움이 컸던 그가 밝힌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오키나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최형우라고 다를 리 없었다. 그는 “중심타자 역할을 전혀 못했으니 진짜 아쉬웠다. 스스로에게 실망도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아쉬움은 끝”이라고 했다. “두 달 동안 다 잊었고, 이제 새로운 목표를 위해 달려야죠. 목표요? 당연히 우승이죠.”
지난 시즌 초까지만 해도 최형우는 홈런왕 경쟁을 할 만큼 상승세를 탔었다. 5월까지 안타 58개 중 17개가 홈런. 하지만 ‘커리어하이(시즌 최고 성적)를 찍을 수 있겠구나’ 기대한 순간부터 부진에 빠졌다고 한다.
“7, 8월 부진이 좀 길었어요. 오죽했으면 이 나이에 방에서까지 (김)상수랑 스윙을 했다니까요. 그때 같은 방을 썼던 상수도 타격감이 안 좋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더라고요. 부진에서 벗어나겠다고 발버둥치기보다는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꾸준히’ 해놔야 한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죠.”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회 두산에 4-3으로 역전당한 뒤 6회 첫 타자로 나와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난 최형우. 이날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최형우의 침묵은 5차전까지 이어졌고 삼성의 통합 5연패 도전은 그대로 끝났다. 동아일보DB
최형우는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다. 그런 그에게 ‘삼성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더니 “나를 울리고 웃겼던 팀이고, 내 인생 모든 게 묻어 있는 팀”이라고 답했다. 그의 짧은 한마디에는 방출의 눈물부터 우승의 감격까지 짙게 배어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 번도 우승을 못 해봤는데 (삼성) 덕분에 우승을 했죠. 지난 한국시리즈에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렸고, 팀도 복잡한 상황이지만 팬들이 그만큼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도 많으실 거예요. 올해는 기대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오키나와=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