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돌아온 ‘엑스파일’. ‘엑스파일’ 예고편 화면 캡처
‘CSI’도 ‘24’도 ‘미드폐인’도 없던 그때에, ‘엑스파일’이 있었다. ‘뚜두두둥∼ 와왕왕왕왕와∼’ 하는 오프닝 음악과 “멀더” “스컬리” 하는 성우들의 연기로 각인된 ‘엑스파일’은 그 무렵 국내에서 보기 드문 팬덤을 형성한 미드(미국 드라마)였다.
‘엑스파일’이 지난달 24일부터 총 6회 분량으로 시즌10 방영을 시작했다. 시즌9가 방영된 지 무려 14년 만이다. 드라마 속에서 외계인이 침공을 시작하는 운명의 날로 지목됐던 2012년 12월 22일이 4년이나 지난 뒤이기도 하다. 과연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는 건재할까, 외계인들은, 그 수많은 초자연현상들은 여전할까.
하지만 왠지 슬퍼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매끈한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로 무장한 새 시리즈는 ‘불시착한 UFO’처럼 느껴진다. 최첨단 기술로 치장한 민속촌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 2016년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딘가 예스럽다. 예전처럼 드라마 속 이상현상들이 믿기지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엑스파일’의 축은 음모론이었다. 외계인은 실재하고 여러 초자연현상도 진짜지만 그 모든 진실은 파일 속에 묻힌다는 의혹 그 자체에 사람들은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이 산뜻하고 명쾌했던 1990년대를 지나 진짜 음모론의 시대를 살고 있다. 굳이 외계인을 끼워 넣지 않아도 세상은 이미 충분히 복잡하다. 위키리크스 사태나 스노든의 폭로에서 알 수 있듯 음모론 버금가는 현실을 맞닥뜨린 지 오래고, 누구나 음모를 꾸미고 퍼뜨릴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음모론적 세계관에 기초한 창작물도 수없이 나왔다. 모든 것이 외계인과 정부 때문이라는 일차원적 설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시대에 다시 ‘엑스파일’이라니.
멀더, 거기 어디예요? 아직 1990년대에 있는 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