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후 안보불안 부추기는 北…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의문
대북정책 새 패러다임 마련해야 지혜를 모으는 공론場 만들고
멀어진 한중관계 관리도 필수… 분열된 국내 여론 통합도 과제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전 통일부 장관
그러나 북한은 정부 출범 직후 개성공단 가동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통일부가 당시 업무보고에서 개성공단 국제화를 밝힌 직후여서 그만큼 충격이었다. 더구나 북은 우리 인원이 완전히 귀환하려면 미수금 13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뻔뻔함까지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단 재정상화를 위한 협상에 나섰고, 같은 해 8월 14일 합의에 이르렀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 북한과 무슨 신뢰를 쌓느냐, 신뢰라는 추상적인 것보다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런데도 모험주의적인 성향의 김정은이 등장한 지 불과 1년여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구도를 새로 짤 수 있는 기회였고 남북이 통일 비전을 함께 내다보면서 그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를 추진했다.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것은 극약 처방임에 틀림없지만, 위와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이 갖는 성격과 지향점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데 인색했다. 그러나 이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달라진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반영하는 대북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잔여 2년은 한반도의 명운이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첫째, 이를 위해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집단적 지혜를 발동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당장 어떤 방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방책을 만들 논의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안보 부처들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 동시에 민간 전문가들로도 TF를 구성해야 한다. 이들 기구에서 모든 방안을 놓고 논의하고 방책을 몇 가지로 정리해야 한다.
둘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로 틈이 벌어지고 있는 한중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 중국의 도움은 앞으로도 대북정책과 통일에 필요하다. 사드가 대북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셋째, 작금의 조치를 놓고 갈라져 있는 양분된 국민 여론을 통합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내부의 분열은 안보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북한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우리 사회 내부의 분열을 훤히 알고 있다. 더구나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론 분열은 정치적 갈등으로 증폭된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전 통일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