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0일 충북 제천시 한국폴리텍 다솜학교 실습실에서 이한길 군(오른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플랜트설비과 학생들이 못쓰는 소화기와 버리는 가로등을 용접해 만든 장승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품에 새겨진 ‘삶의 지혜와 능력을 키우는 다솜인’은 다솜학교의 교훈이다. 맨 오른쪽은 심상덕 교감, 이 군의 왼쪽은 담임 김현승 교사. 다솜학교 제공
한국폴리텍 다솜학교 3학년 이한길 군(21)의 고향은 캄보디아다. 10살이던 2005년 선교 차 캄보디아를 방문했던 한 목사에게 입양되면서 이 군은 한국으로 건너왔다.
2012년 3월 충북 제천에서 문을 연 한국폴리텍 다솜학교는 국내 최초로 다문화 청소년들을 위해 설립된 기술계 대안학교다. 현재 컴퓨터기계과, 플랜트설비과, 스마트전기과 등 3개의 전공과에 135명이 재학 중이다. 중학교를 졸업한 다문화 청소년이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고, 졸업하면 고등학교 학력이 인정돼 취업은 물론 대학 진학도 가능하다.
이 군은 이런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17일 2회 졸업식에서 제천시장상을 수상한다. 현재 울산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인 ㈜태현에서 현장실습 중인데 졸업과 동시에 정직원으로 전환된다. 그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인정받으려면 전문기술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끝까지 배운다는 자세로 더 열심히 노력해 최고의 전문기술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필리핀 출신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경진 군(19)도 이 군처럼 ‘용접의 달인’이 되는 게 꿈이다. 김 군도 다솜학교에서 특수용접기능사와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현재 ㈜LS기계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김 군은 “대한민국 최고의 용접 기능장이 되서 후학을 양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졸업식에서는 이 군과 김 군 등 총 37명이 졸업장을 받는다. 졸업생 전원이 용접기능사 등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했고, 자격증을 2개 이상 취득한 학생도 16명이나 된다. 졸업생 중 17명은 이미 일자리를 얻었고, 10명은 대학 진학, 1명은 군 복무로 진로를 정했다. 4명은 취업을 준비 중이며 나머지 5명은 국적 취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군처럼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중도 입국자 23명도 다솜학교를 다니며 한국어능력시험 중급 이상에 합격했고, 18명은 이미 국적까지 취득했다.
이 학교 이상덕 교장은 “다솜학교에 입학한 다문화 청소년들은 한국어와 문화 교육은 물론이고 다양한 기술 교육을 받으며 대학 진학과 취업까지 할 수 있다”며 “더 많은 다문화 청소년이 기술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