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국회연설/南南갈등 차단]‘경제 멘토’와 2년만에 재회
“오랜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지도부와 환담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와 악수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23개월 만에 만난 김 대표에게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는 “입술까지 부르트시고 수고가 많으시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종인 대표가 “갑작스럽게 (개성공단 조업 중단) 결정을 한 데 대해 소상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래서 오늘 제가 국회에 왔다”고 짧게 답했다.
환담이 시작되자 이종걸 더민주당 원내대표는 “통일 대박에서 개성공단 폐쇄로 너무 왔다 갔다 한 거 아닌가”라며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외교 전략으로 갑작스럽게 돌아선 데 대해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통일을 이뤄 가는 과정에서 단호한 대처, 핵 위기 극복을 위한 단호한 대처가 모순되는 게 아니다”라며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응징해야 하고, 그러나 대화의 끈은 열어 놓는 것이다. 무조건 믿는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라고 응수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에 “이슬람국가(IS) 등도 제3자를 통해 파고들 수 있는데 우리가 미리 방어해야 한다”며 “테러방지법이 꼭 통과되길 부탁드린다. 정보 수집권을 국정원에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그동안 국정원이 불법 활동을 통해서 국민을 불안하게 했는데 또다시 새로운 국내 정보 수집 권한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각을 세웠다.
25분여간의 회동이 끝난 뒤 다른 참석자들은 퇴장하고, 박 대통령은 김종인 대표와 3분가량 독대했다. 더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더 이야기하자’고 해 별도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시정연설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개성공단의 폐쇄 이유와 불가피성에 대해 소상히 설명해 달라”고 했고, 박 대통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은 진회색 정장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여야 의원들은 기립해 대통령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의원들에게 눈인사를 건넸지만 단상에 오른 뒤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약 30분 동안 진행된 박 대통령의 연설 도중 16번의 박수가 나왔다. 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기립 박수를 보낸 뒤 너도나도 환송을 하겠다며 통로로 몰려갔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자신을 지나치자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라고 외쳤고, 박 대통령이 되돌아와 웃으며 악수하기도 했다. 비박(비박근혜)계인 유승민 의원은 연설 내내 두 손을 모으고 경청한 뒤 박 대통령의 퇴장을 멀리서 지켜봤다.
반면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의원 대다수는 연설 도중에 박수를 치지 않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국민 모두의 결연한 의지와 단합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는 대목 등에서 두 차례 박수를 쳤다. 이날 여야 간에 견해차가 큰 노동개혁법을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민주당 이인영 은수미 의원 등은 박 대통령이 퇴장하기 전 먼저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