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노르웨이-핀란드 국경… 車대신 자전거 이용하면 무사통과 북극 3國, 난민포용정책서 선회… 핀란드 “러, 난민 통과 방치” 비난
러시아 최북단 항구인 무르만스크 인근의 러시아-노르웨이 국경에는 지난해 총 5400명의 난민이 자전거를 타고 넘어와 서유럽행 난민 신청을 했다. 하루 종일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 극야(極夜), 영하 30도 이하의 혹한 속에 동사(凍死)할 위험을 무릅쓰고 난민들의 자전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유로뉴스가 14일 보도했다.
시리아 북부 타르투스 출신의 아크람 알리 씨(23)는 레바논으로 탈출한 후 러시아 관광 비자를 얻어 모스크바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이후 모스크바에서 열차를 타고 무르만스크 인근 니켈 마을까지 이동했다. 교통비로만 모두 2500달러를 썼다. 그는 400달러를 주고 어린이용 자전거를 한 대 구입해 러시아-노르웨이 국경까지 눈보라와 칼바람을 뚫고 30km를 달렸다. 결국 노르웨이 스토르스코그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그는 “북극 루트가 바닷길을 건너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유럽연합(EU) 국가는 아니지만, 비자 없이 26개 유럽 국가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솅겐조약 회원국이기 때문에 난민들의 유럽행 통로가 되고 있다.
이웃 핀란드에서도 올 들어 벌써 900명의 난민이 러시아 국경을 통해 넘어왔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안에 7500명의 난민이 북극권 국경을 통해 핀란드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내무장관은 “북극 국경을 통한 난민 행렬을 러시아 정부가 방관하거나 조장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북극권 국경이 난민으로 북새통을 이루자 난민에 관대했던 북유럽 국가들의 정책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우파 정부는 1월 중순 러시아에서 자전거를 타고 입국한 난민 10여 명을 추방했다. 이들은 러시아 비자를 갖고 있어 일반적인 의미의 난민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국제 인권단체와 러시아 정부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자 노르웨이 정부는 난민 송환을 일단 중단했지만 재송환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유럽국가 중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던 스웨덴 역시 최근 난민 자격을 얻지 못한 이주민 8만 명을 추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