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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칼럼]32살 폭군 김정은의 핵 장난감

입력 | 2016-02-17 03:00:00

위험한 장난감 가지고 노는 김정은 길들이려면 콤플렉스와 리더십 분석할 필요
포악함과 안하무인 이면엔 지킬 것, 가진 것 많은 자의 불안 심리 도사려
국가명운이 걸린 안보문제… 여론조사 등락 연연하지 말고
지도자가 고독한 결단 내려야




황호택 논설주간

북한은 김정은의 생일은 공개하고 있으나 출생 연도는 밝히지 않는다. 나이를 공개하면 리더십에 손상이 생긴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김정은은 1984년 1월 8일생으로 집권 5년 차인 올해 32세이다. 어린 나이에 등극한 김정은은 일천한 통치 경험과 연소(年少)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대범함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2012년 목선을 타고 섬 부대를 방문하거나 비행기를 직접 조종하는 것이 그런 사례다.

김정은은 1996년 4월부터 6년 가까이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아버지 김정일처럼 예술가적 기질을 지녀 영화 관람을 즐기고, 전자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미술에 소질을 보였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는 운동 경기의 리더가 되어 상대 팀을 이겨야만 직성이 풀렸고 승부욕도 강했다고 한다.

유학 시절에 북한과 스위스를 오가며 7세 연상의 왕재산악단 가수 현송월과 애인 관계로 지낸 것은 북한에선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그의 사생활을 규율할 사람은 아버지뿐이지만 김정일은 스스로도 그랬기 때문인지 아들의 여성 문제에 관대했던 것 같다. 현송월은 작년 12월 중국 공연을 취소하고 귀국한 모란봉악단의 단장이다.

김정은은 2002년 1월에 영구 귀국해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 들어갔다. 김정일은 해외에서 유학생활을 오래한 김정남이 서구 자유주의 사상에 물들어 북한 체제 적응에 어려워지는 것을 보고 김정은의 유학을 중단시키고 4년 동안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후계자 수업을 시켰다. 김정은이 군사무기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군사시설 시찰이 잦은 것은 군사종합대학 시절에 배운 학습의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고모부 장성택, 총참모장 이영길 등 당과 군의 최고위급뿐 아니라 중간 간부들까지 파리 목숨이다. 2015년 5월 대동강 자라공장을 방문하고 나서는 경영성과 부진을 이유로 지배인과 당비서를 총살했다. 심지어 가족들을 참관시켜 놓고 자동소총과 고사포로 형체가 없어질 때까지 난사를 하는 반인륜적인 처형 방법도 동원했다. 김정은의 포악성은 독재자들이 쓰는 공포정치의 전형이지만 그것만으론 연소한 권력자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다스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도비만을 부른 폭음과 폭식도 이러한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우리 역사에서 김정은처럼 사람을 함부로 죽인 폭군은 전례가 없다. 당과 군의 고위간부들은 언제 숙청될지 몰라 좌불안석으로 각자 살 궁리만 하는 풍조가 생겨났다고 최근 탈북한 고위 인사들은 전한다. 그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정책 결정 및 간부의 인사와 처벌이 기분에 따라 좌우된다. 심지어 술파티를 하다 최근 강등시킨 군 장성을 보고 “아직도 그 계급이야”라며 바로 복권시켰다고 한다.

이렇게 자제력이 부족하고 감정 변화가 심한 폭군이 핵무기 발사 버튼을 갖고 있다는 것은 한반도의 안위는 물론 세계평화에도 심대한 위협이다. 정상적인 판단력과 리더십을 갖췄다고 하기 어려운 그가 잘못된 충동에 휩쓸릴 경우 북한에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도,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개성공단 재개 협상 시 북쪽 대표단이 우리 쪽에 매달리다시피 한 것을 보면 김정은은 통치자금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개성공단은 마지막 남은 북한과의 창구이고 북한 주민에게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알리는 산 교육장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사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국가 명운이 걸린 안보 문제를 여론조사로 결정할 수는 없다. 국가지도자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고독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북한이 작년 8월 목함지뢰 도발 후 방송을 시작한 우리 쪽 확성기를 향해 포탄 두 발을 쏘았을 때 우리가 강도 높은 대응 포격을 하자 김양건과 황병서가 득달같이 나와 협상에 나선 것에 미루어 체제 불안감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야수 같은 포악함과 안하무인의 태도 뒤에는 이처럼 약삭빠른 계산과 체제 불안감이 움츠리고 있다. 이번에 개성공단 직원들을 인질로 잡지 않은 것도 전면 대결은 피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도 어떻게 보면 가진 것, 지킬 것이 누구보다 많은 사람이다. 지금은 회초리든 몽둥이든 집어 들고서 천방지축 김정은이 위험한 장난감을 내려놓도록 버르장머리를 가르쳐 놓아야 할 때다.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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