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년 2월 18일
1987년 국내 개봉해 당시 청춘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 영화. 폭력과 배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의리와 형제애의 이야기는 젊은이들의 시선에 처절한 비장미로 다가왔다. 영화는 흥행했고, 한국의 뭇 청춘들의 시선을 한껏 끌어 모았다. 짙은 선글라스와 트렌치 코트는 당시 젊은이들의 또 다른 패션코드가 됐고, 사내가 입에 문 성냥개비는 냉소의 분위기 속에 남성미의 한 상징으로 각인됐다.
영화 ‘영웅본색’ 그리그 그 주인공 저우룬파(주윤발·사진)다. 17일 영화는 재개봉했고 그 속편도 3월 초 관객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여전히 그 어색한 중국식 발음의 이름보다 ‘주윤발’로 불러야 그 생생한 추억은 더 오롯이 살아날 것만 같다.
1991년 오늘, ‘영웅본색’으로 단박에 한국 관객을 사로잡았던 주윤발이 한국을 찾았다. 주연영화 ‘종횡사해’를 홍보하기 위한 내한길이었다. ‘영웅본색’ 단 한 편의 영화로 한국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입국장인 김포공항에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그리고 KBS 2FM ‘임백천의 뮤직쇼’, KBS 2TV ‘유머1번지’ 등 한국 방송에도 출연했다. 특히 ‘유머1번지’에서 그는 ‘스타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 특별출연해 어설픈 우리말과 코믹한 설정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영웅본색’의 인기에 힘입어 1989년 국내 한 청량음료 CF모델로 나서 “쌀랑해요!”라며 제품명을 내뱉으며 친근함을 과시한 뒤였다.
모두 그가 당대 최고의 해외스타였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인기는 그의 것만은 아니어서, ‘영웅본색’의 연출자 우위썬(오우삼) 감독을 비롯해서 티렁(적룡), 장궈룽(장국영) 등도 한국 관객의 큰 환호를 받았다. 그들 가운데 장궈룽만은 이제 세상에 없다.
홍콩 언론이 꼽은 20세기 최고 홍콩영화이자 홍콩 느와르의 대표작인 ‘영웅본색’. 1997년 중국 반환을 10여년 앞뒀던 1980년대 말 홍콩과 홍콩인들의 정서적 불안함 못지않게 한창 혼란스러움 속에 당대를 살아가던 한국의 많은 청춘에게도 영화는 커다란 울림으로 남았다. 주윤발은 그 핵심적인 주인공이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