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과 노재봉 이한동 전 국무총리 등 각계 원로 236명이 어제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이미 폐기됐음을 선언하고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 문제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에 이미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등 한반도 긴장 증폭을 우려해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는 데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원로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핵을 폐기시켜야 한다”며 1000만 서명 운동에 나선 상황이다. 지금이야말로 1992년 2월 19일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의 정식 발효 직전 전량 철수했던 주한미군 전술핵의 재배치를 검토할 때라고 본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번지기 시작한 핵무장론(論)은 15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다시 불거졌다. 여당 원내대표가 정부 내에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접은 ‘핵무장론’을 들고 나온 것 자체가 정부 여당의 어지러운 현주소를 드러낸다. 자체 핵개발을 통한 핵무장을 하려면 먼저 안보의 보루인 한미동맹 및 미국의 핵우산 폐기를 각오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북한 같은 고립주의 정책을 쓸 수도 없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국회 연설에서 우려했듯이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실전 배치’가 시간문제인 현실에서 미국의 핵우산에만 매달려야 하는 국민은 불안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술핵 재배치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깨는 것”이라고 했으나 그때는 북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의 연쇄도발을 자행하기 전이었다. 절박한 사정 변경이 생긴 만큼 전술핵 재배치도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미 정부 제출 보고서에서 “전술핵의 한반도 전진 배치는 북한에 ‘핵으로 도발하면 즉각 대응한다’는 더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