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완 삼성증권 런던법인장
저성장 저금리로 대변되는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 시대’를 맞아 M&A는 글로벌 기업의 생존 수단이 됐다. 금융위기 이후 공급 과잉 상태이던 산업군에서 자연스럽게 매물이 나오고, 한정된 시장을 차지하고자 선도기업 혹은 후발주자가 경쟁사와의 동거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M&A가 성사되고 있다. 공급 과잉과 소비 침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아 기업들은 설비투자보다 M&A를 성장의 해법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세계 M&A 실적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대 규모인 약 5870조 원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절반인 2800조 원을 차지했고 영국(780조 원)과 중국(673조 원)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중국 M&A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아시아가 유럽을 제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유럽은 최근 2년간 M&A 거래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M&A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에는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확고한 시장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인수자들은 충분한 돈을 투입함과 동시에 기업 운영의 노하우를 살릴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한다. 자금에 기술과 인지도가 결합하면서 인수자는 단기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시간을 돈으로 사는 M&A는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에 분명 매력적인 성장전략이다.
최근 한국 기업들도 해외시장 진출과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M&A를 시도하고 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국 경제의 기적을 이뤄낸 한국 기업들이 이제 M&A라는 고성능 성장 엔진을 장착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길 기대해 본다.
고영완 삼성증권 런던법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