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학생간첩사건’… 징역 5년 포함 12년 복역 강모씨 일부승소 판결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강영수)는 1975년 ‘학생침투 간첩단’ 활동 등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12년간 옥살이를 했다가 2014년 재심으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강 씨에게 “정부는 3억9700여만 원을 보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징역 5년형에 해당하는 1939일의 기간에 대해서는 하루 일당 20만 원으로 환산해 국가의 형사보상을 인정했지만, 보안감호처분에 따른 나머지 7년여에 걸친 2674일간의 수용 기간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상해줄 수 없다는 취지로 결정했다.
보안감호처분은 형사재판 재심에서 무죄를 받더라도 형사보상을 할 수 없다는 게 이번 판결의 핵심 취지다. 보안감호처분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복역한 사람이 다시 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는 경우 실형 복역 기간 외에 추가로 일정한 시설에 수용해서 감호하는 법무부 장관의 행정처분이다. 피고인이 복역을 한 뒤에도 사회 복귀에 필요한 훈련과 교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법원이 내리는 보호감호처분과는 다르다.
재일교포인 강 씨는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던 1974년 고려대 법대 2학년으로 편입한 뒤 1975년까지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아 북한을 찬양하는 활동 등을 한 혐의로 같은 해 10월 하숙집에서 당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영장 없이 불법 체포됐다. 요원들은 강 씨를 중앙정보부로 연행해 며칠간 각목으로 마구 때리고 잠을 재우지 않고 고문해 자백을 받은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강 씨는 재심 판단을 구해 1975년 불법 체포된 지 39년 만인 2014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보안감호처분 제도는 1989년 폐지됐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간첩 혐의로 인한 재심 사건의 무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어 보안감호처분 보상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앞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과거 보안감호처분으로 강제 수용됐던 사람들이 형사보상금을 청구하고 있다”며 “관련 법규가 없고 확립된 판례도 없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배준우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