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혼탁한 선거전은 ‘독설과 직설’을 무기로 내세우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주도하고 있는데 다른 후보들도 그런 트럼프를 비난하면서 닮아가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16일 ‘힐러리 클린턴(전 국무장관)이 개처럼 짖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당 후보 클린턴이 전날 네바다 주 유세 도중 개 짖는 소리를 네 번이나 반복했다고 보도했다.
신용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거짓말쟁이’는 치명적인 욕인데 공화당 경선에선 TV 토론과 유세장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표현이 됐다. 특히 트럼프와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거짓말쟁이’라고 협공하고 있다. 루비오는 크루즈 측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벤 카슨 후보가 경선을 포기할 수 있다는 거짓정보를 흘려 표심을 왜곡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거론하고 있다. 트럼프는 한발 더 나아가 크루즈를 ‘정신병 환자’라고 했다. 대반전을 노리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를 ‘조작의 달인’이라고 몰아세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미-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은 리얼리티쇼를 진행하는 게 아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경선도 ‘트럼프식 리얼리티쇼’처럼 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게 막가는 분위기에서 단연 차별화되는 후보는 공화당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다. 그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다른 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후보)들 중 한 명이 미국을 이끌 대통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한편 클린턴의 낙승이 예상됐던 네바다 주의 최근 여론조사(8∼10일·타깃포인트)에서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의 지지율이 45% 동률로 나와 샌더스 돌풍이 서부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선 트럼프가 여유 있게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크루즈, 루비오, 부시, 케이식이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