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 산업부장
SKT의 헬로비전 인수 결정이 ‘신의 한 수’라는 데는 업계에서 별 이견이 없다. 이동통신 시장의 최강자이지만 인터넷TV(IPTV) 시장에서는 KT에 밀리고 있는 SKT가 5000억 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를 둘러싸고 SKT와 KT-LG유플러스 연합군은 사운(社運)을 걸다시피 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까지 SKT의 대척점에 서면서 전세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전세를 보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SKT의 독점적 지위가 이번 합병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키로 ‘결합상품’을 지목한다. SKT가 헬로비전 케이블 가입자에게 휴대전화 인터넷서비스를 묶은 결합상품을 좋은 조건에 제시하면서 경쟁사의 휴대전화 가입자를 빼앗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SKT는 가급적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그 대신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케이블 방송의 디지털화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50% 정도인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율을 5년 내에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또 펀드를 만들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돕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통신과 미디어를 결합한 공룡이 태어나서는 안 된다는 반대 진영의 목소리와 인수합병을 통해 미디어시장의 한 단계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SKT의 포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기에 경매 입찰 금액이 수조 원이 돼 ‘돈의 전쟁’으로 불리는 주파수 경매까지 가시권에 들어오면 각 사의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에도 이통사는 주파수 할당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던 적이 있다.
여러 고려 요인이 있겠지만 결정의 잣대는 소비자의 편익일 수밖에 없다. 요금 인하든, 서비스 개선이든, 콘텐츠의 경쟁력 제고든 소비자가 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동통신 및 유료방송시장이 소비자 생활과 매우 밀접한 분야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통사는 그동안 허위·과장광고 등의 꼼수를 부리다가 여러 차례 소비자를 실망하게 만든 적이 있다. 정부당국은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통 3사, 케이블TV업체, 시민단체 등이 혹시 뒷짐에 다른 꼼수를 숨겨두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4월의 전쟁’에서 패자는 자칫 소비자가 될 수밖에 없다.
박현진 산업부장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