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남아있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시설에 당시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이 들어선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42)는 인천 부평구 ‘미쓰비시(三稜) 마을’과 부산 기장군 일광면 ‘닛코(日光) 광산’ 등 2곳에 안내판을 세우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미쓰비시 마을은 이를 한자음으로 읽어 ‘삼릉 마을’이라고도 불린다. 안내판에는 ‘강제징용 역사의 현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당시 사진과 간략한 설명을 담을 예정이다.
이 곳은 일제강점기 일본 전범 기업들이 운영하는 공장과 광산이 있던 장소다. 70년 넘게 버텨온 역사의 현장이지만 오랫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돼 왔다. 현재 인천 부평구 삼릉 마을에는 1940년대 미쓰비시의 군수공장에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들이 머물던 사택(社宅) 87채가 남아 있다. 한 지붕 밑에 여러 채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해서 ‘줄사택’이라고 불렸다. 조선인 1000명 정도가 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택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지붕과 벽 곳곳이 허물어져 있었고 폐허로 변한 집도 더러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동네 이름을 ‘삼릉’이라고 부르면서도 그 유래를 아는 이는 드물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국내 강제징용 현장을 답사해온 서 교수는 “안내판조차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역사적 사실을 감추려는 일본 정부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의 강제징용 현장에 무관심했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안내판 설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18일부터 인터넷 모금을 시작했다. 3·1절까지 2000만 원을 모으는 게 목표다. 모금을 시작한 18일 오후 4시 현재 41만6000원이 모였다. 서 교수는 모금을 마치는 대로 안내판을 제작해 삼릉 마을에는 5월경, 닛코 광산에는 8월 15일에 설치할 계획이다.
서 교수는 “지난해 여름부터 무관심 속에 방치된 국내 강제징용 현장에 안내판을 세우기 위한 기초작업을 진행했다”며 “지난해 말 동아일보가 한반도 내 일제 강제징용 현장을 확인해 단독 보도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쓰비시 마을과 닛코 광산 외에 강제징용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를 추가로 발굴해 안내판을 설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호경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