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이 2003년 ‘카드대란’ 이후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저금리 장기화로 이자수익이 크게 줄어든 데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까지 본격화되면서 은행들의 순익 합계는 이례적으로 보험사에도 뒤졌다. 또 올해도 대내외 악재들이 많아 은행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을 포함한 국내 17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 원으로 전년(6조 원)보다 42.6%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카드대란으로 은행들이 대거 적자를 냈던 2003년(1조7000억 원)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또 지난해 국내 보험사가 올린 전체 순이익(6조3000억 원)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17개 은행의 총자산은 보험의 갑절 이상이지만 실적은 한참 뒤진 것이다.
특히 산업은행·수출입은행·농협은행 등 특수은행 5곳이 2014년 1조1000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 9000억 원 규모의 적자로 돌아서며 은행권 수익 악화를 주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남기업, STX조선해양 등 부실기업 처리를 위해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손실이 커졌다”고 말했다.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 보여주는 총자산이익률(ROA)과 은행의 이익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각각 0.16%, 2.14%로 모두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최근 독일 도이체방크 등 유럽 대형 은행들의 부실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도 급격히 악화되면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전날 “한국경제의 잠재적 신용리스크가 여전히 높다”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관련 기업 대출에 대한 은행의 신용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조선·해운업 대출 비중이 큰 은행의 충당금 부담도 크게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임수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