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열 전 대전국세청장이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71·구속)의 요청에 따라 표적 세무조사를 지시해 임 전 이사장 측이 수억 원을 얻는데 힘써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19일 오전 박 전 청장을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 최성환)은 세무조사를 명목으로 국세청 관계자들을 통해 대명종합건설 대표 지모 씨(36)를 협박한 뒤 토지대금 2억 원을 뜯어낸 혐의(공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임 전 이사장의 사촌동생 임모 씨(66)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19일 임 전 이사장도 같은 혐의로 기소한다.
임 씨는 임 전 이사장과 함께 지 씨를 협박해 2010년 5월경 2억 원 상당의 돈을 받아낸 혐의다. 대명종합건설은 임 전 이사장이 실제 소유하고 있던 경기 고양시에 있는 272㎡ 토지를 매입한 회사다. 임 씨와 임 전 이사장은 “땅을 너무 싼값에 팔았다”는 생각에 매매 잔금에 추가금까지 받기로 공모했다.
당시 삼성세무서장은 지 씨에게 “임 씨를 만나보라”고 했고, 임 씨와 지 씨의 대면이 이뤄졌다. 지 씨가 “다른 토지주와의 형평상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거절했고, 임 씨는 “우리 사촌 형이 이명박(MB) 대통령이 당선되도록 만든 일등공신이다. 차기 국정원장으로도 거론이 되고 있다. 사촌 형이 국세청 관계자를 많이 알고 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 씨는 계속 거절했고, 임 전 이사장은 2010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으로 부임한 박 전 청장에게 재차 부탁했다. 같은 해 3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은 대명종합건설 등에 대한 주식변동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또 2010년 5월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이 법인 소득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했다. 박 전 청장은 이 무렵 지 씨에게 “임 씨의 요구대로 매매대금 등을 빨리 지급해주라”는 취지의 압력까지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 인물의 청탁과 입김에 따라 부당한 세무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이후 임 씨는 지 씨를 만나 “박 국장은 사촌 형의 심복이다. 세무조사가 잘 마무리되도록 도와줄 테니 매매잔금과 추가금 2억 원을 달라”고 요구해 총 6억2800만 원을 받아냈다.
장관석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