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아이폰의 잠금을 풀어 달라.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수호하는 일에 협조해 달라.”(미국 연방수사국(FBI))
“그 명령에 반대한다. 정부가 그토록 지키려는 시민의 자유가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뒤 사살된 테러범의 ‘잠겨진 스마트폰’을 둘러싼 버락 오바마 정부와 미국 대표기업 애플의 이런 갈등이 ‘국가 안보 대 사생활 보호’라는 기본적 가치들 간 상징적 충돌 사건이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문제는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부상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다른 강대국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 등이 전했다.
애플의 이 성명은 정부의 공개적 압박에 맞서 이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자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에 백악관 법무부 FBI 등은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에 대한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정당한 법원의 명령조차 거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불쾌감을 토로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마이크 라모스 검사는 “애플이 테러 희생자와 유족을 모독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의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법원 명령이 있으면 당연히 잠금장치를 해제해야 한다. 결국 안보에 관한 일이다. 상식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며 애플을 압박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등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애플이 잠금장치를 해제해줄 경우 러시아 중국 같은 나라들이 현지에 진출한 미국 IT기업에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를 침해하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