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가 베네수엘라를 흔들고 있다. 국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20년 동안이나 거의 공짜로 주던 기름값을 한꺼번에 13배 이상 올렸다. 현지 통화인 볼리바르의 환율은 한번에 58%나 올랐다.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재정난을 타계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휘발유 가격은 L당 0.07볼리바르에서 1볼리바르로 1329%나 올랐다. 상승폭은 크지만 여전히 싼 가격이다. 새로 바뀐 공식 환율(1달러=10볼리바르)를 적용해도 휘발유 1L는 0.1달러(약 123원)에 불과하다. 정부 보조금 때문이다. 고급 휘발유는 L당 6볼리바르로 60배가량 인상했다.
17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국영 방송에 5시간이나 출연해 “휘발유 가격 인상은 경제 위기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내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로 연간 8억 달러의 지출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는 1989년 저유가 때 휘발유 가격을 올렸다가 폭동이 일어나 수백 명이 사망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국민들이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며 3월 1일부터 최저 임금을 20% 인상하는 방안도도 밝혔다.
경제난 타계를 위해 경제 부통령도 시장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인물로 교체할 계획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