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GDP대비 부채비중 150% 신흥국 평균의 2배… ‘경제뇌관’ 우려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은 기업의 부실 규모를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약 140%)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조사대상국 중 한국 다음으로 기업부채 비중이 높았다. 예산정책처는 “가계부채와 달리 기업부채는 단위당 부채 규모가 커 향후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진다”며 “또한 잠재성장률이 둔화될수록 한국경제의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의 부채도 급격히 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아 공개한 ‘최근 5년간 주요 30대 기업 부채액’에 따르면 30대 그룹 소속 1037개 기업의 부채 총액은 2014년 말 기준 약 1740조 원으로 1년 만에 139조 원(8.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부채(66조 원·6.5%), 공공부문 부채(47조 원·4.3%)보다 증가세가 훨씬 가파르다.
▼ 국내은행 17곳 작년 순익 3조5000억, 보험사의 절반… “부실기업 처리 탓” ▼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이 2003년 ‘카드대란’ 이후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저금리 장기화로 이자 수익이 크게 줄어든 데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까지 본격화되면서 은행들의 순익 합계는 이례적으로 보험사에도 뒤졌다. 또 올해도 대내외 악재들이 많아 은행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을 포함한 국내 17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 원으로 전년(6조 원)보다 42.6%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카드대란으로 은행들이 대거 적자를 냈던 2003년(1조7000억 원)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또 지난해 국내 보험사가 올린 전체 순이익(6조3000억 원)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17개 은행의 총자산은 보험사의 갑절 이상이지만 실적은 한참 뒤진 것이다.
특히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등 특수은행 5곳이 2014년 1조1000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 9000억 원 규모의 적자로 돌아서며 은행권 수익 악화를 주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남기업, STX조선해양 등 부실기업 처리를 위해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손실이 커졌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전날 “한국경제의 잠재적 신용리스크가 여전히 높다”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관련 기업 대출에 대한 은행의 신용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조선·해운업 대출 비중이 큰 은행의 충당금 부담도 크게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