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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쟁론]소규모 학교 통폐합

입력 | 2016-02-19 03:00:00


《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두고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통폐합 범위를 넓히는 권고안을 내놓았습니다. 저출산으로 학생이 줄어드는 현실을 감안해 교육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소규모 학교 비중이 높은 농촌 지역의 시도 교육청은 폐교가 많아지면 교육이 붕괴될 수 있다며 반발합니다. 학생들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곳에서 일하는 교사들도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통폐합 정책이 적절한 것인지, 양측의 의견을 들어 봤습니다. 》


교육여건 개선 위해 통합 불가피

최준렬 한국대학평가원장

[贊]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있다면 교육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는 경제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때로는 효과가 적은데도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 차원에서는 소규모 학교에 투입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한 통폐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982년부터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해 왔는데 2016년부터는 이 정책을 변경하여 농촌은 기존의 기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도시는 통폐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도시에는 학생이 많고 인근에 동일한 초등학교와 중등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은 작은 학교를 폐교하여 경제적 효율을 높이려는 정책이다. 정부는 그동안 소규모 학교를 폐교하였을 경우 농촌의 초등학교는 30억 원, 도시의 초등학교는 60억 원, 중등학교는 100억 원을 지원했다. 이런 재정 지원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성공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교육감들의 작은 학교 살리기와 같은 정책적 저항이 있었거나 소규모 통폐합 기준이 현실과 부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0년까지 소규모 학교 통폐합 결과 5450개 교가 폐교되거나 분교장으로 개편됐다. 초·중등학교 3분의 1가량이 통폐합된 것이다. 농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이렇게 많이 통폐합하는 것은 농촌 지역의 교육을 황폐화로 몰아갈 수 있기에 교육감들이 지역의 교육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으며, 이런 노력은 정부 정책과 갈등을 겪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소규모 학교는 여전히 많다. 학생 30명 이하의 학교가 591곳이나 된다. 3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는 교육적,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낳는다. 학생 수가 적어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하기 어렵고, 적은 수의 학생에게 과도한 비용이 투입된다. 이 때문에 더 많은 학생에게 투입되어야 할 비용을 고루 배분하지 못하는 불공정도 초래한다.

교육적 차원이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다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피할 수 없는 정책이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농어촌의 초등학교는 통폐합보다 지역의 교육을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중학교는 속리산중학교와 같이 기숙형 학교를 만들어 정규 교육과정과 방과 후 교육을 종합적으로 지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등학교는 읍이나 시 지역에 있는 기숙형 고등학교로 통폐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초등학교는 부모 곁에서 생활할 여건을 마련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기숙형으로 할 수 있도록 통폐합을 추진한다면 현실에 맞고 좀 더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읍과 도시의 경우 240명, 300명과 같은 획일적 기준보다는 인근의 학교 등을 고려하여 지역 여건에 맞게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이 낫다.

최준렬 한국대학평가원장



▼ 작은 학교, 보존과 육성이 먼저다 ▼



임연기 공주대 교육학과 교수·한국농촌교육연구센터장

[反]최근 교육 당국은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권고 기준을 바꿨다. 통폐합이 검토되는 읍과 도시 지역의 학생 인원을 더 늘려 놓고 통폐합 규모를 넓힌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소규모 학교의 비중이 높은 교육청의 경우 통폐합 대상 학교 수가 전체 학교의 거의 절반 수준에 육박한다고 한다. 다수의 학교에 문을 닫아야 할 대상이라는 통지서를 보낸 셈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사전에 교육청 예산의 배분과 교원 정원의 배정 기준을 먼저 손질하여 소규모 학교의 존립 및 유지 기반을 취약하게 한 직후에 공표했다는 점, 교육청별로 한시적 전담 조직을 가동시켜 통폐합을 독려하는 한편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올려 시도 교육청을 압박함으로써 통폐합을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농촌, 도서벽지는 물론이고 일부 도시 지역에서조차 학생들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고, 복지예산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교육 재정의 효율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이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또한 이 정책이 강제 사항은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다. 다만 적정 규모 학교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전개하고 있는 지금의 정책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

학교의 적정 규모에 대한 학술적인 논의나 행정적인 규정의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1982년 공식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한 이래 소규모 학교에 대한 일관된 기준을 지키지 않고, 변경할 때마다 납득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적정 규모의 하한선에 미달하는 소규모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불이익을 보충하고 지원해 주기보다는 학교 수 줄이기에 집착하고, 상한선을 초과하는 과대 규모의 학교를 분리해 운영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이 정책이 교육의 질 개선보다는 지나치게 재정의 효율화만을 내세우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또한 비록 소규모 학교일지언정 학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고, 다른 가치와 비교할 수 없는 ‘보호되어야 할 가치’를 지닌다는 인식이 결여됐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통폐합 범위를 확대하는 이번 조치는 더 많은 학교를 통합에 대한 염려 속에 가두어 두고,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를 비통한 심정으로 지켜보는 학부모와 지역 주민, 동문들의 희망과 동떨어져 있기도 하다. 통폐합에 직면한 학교 당사자들의 강한 반발과 이에 따른 소모적인 갈등이 재연될까 걱정이 앞선다.

강압적으로 집행하면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는 통폐합 정책보다는 진정성을 갖고 작은 학교를 보존 육성하는 정책을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 적정 규모 학교로 진입한 성공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학교 통폐합에 쏟을 에너지와 무마용 지원금을 소규모 학교 활력 회복 등 생산적인 곳에 투입하기를 촉구한다.

임연기 공주대 교육학과 교수·한국농촌교육연구센터장


오피니언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