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여건 개선 위해 통합 불가피
최준렬 한국대학평가원장
이런 노력은 작은 학교를 폐교하여 경제적 효율을 높이려는 정책이다. 정부는 그동안 소규모 학교를 폐교하였을 경우 농촌의 초등학교는 30억 원, 도시의 초등학교는 60억 원, 중등학교는 100억 원을 지원했다. 이런 재정 지원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성공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교육감들의 작은 학교 살리기와 같은 정책적 저항이 있었거나 소규모 통폐합 기준이 현실과 부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0년까지 소규모 학교 통폐합 결과 5450개 교가 폐교되거나 분교장으로 개편됐다. 초·중등학교 3분의 1가량이 통폐합된 것이다. 농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이렇게 많이 통폐합하는 것은 농촌 지역의 교육을 황폐화로 몰아갈 수 있기에 교육감들이 지역의 교육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으며, 이런 노력은 정부 정책과 갈등을 겪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소규모 학교는 여전히 많다. 학생 30명 이하의 학교가 591곳이나 된다. 3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는 교육적,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낳는다. 학생 수가 적어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하기 어렵고, 적은 수의 학생에게 과도한 비용이 투입된다. 이 때문에 더 많은 학생에게 투입되어야 할 비용을 고루 배분하지 못하는 불공정도 초래한다.
교육적 차원이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다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피할 수 없는 정책이다.
최준렬 한국대학평가원장
▼ 작은 학교, 보존과 육성이 먼저다 ▼
임연기 공주대 교육학과 교수·한국농촌교육연구센터장
특히 이번 조치는 사전에 교육청 예산의 배분과 교원 정원의 배정 기준을 먼저 손질하여 소규모 학교의 존립 및 유지 기반을 취약하게 한 직후에 공표했다는 점, 교육청별로 한시적 전담 조직을 가동시켜 통폐합을 독려하는 한편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올려 시도 교육청을 압박함으로써 통폐합을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농촌, 도서벽지는 물론이고 일부 도시 지역에서조차 학생들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고, 복지예산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교육 재정의 효율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이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또한 이 정책이 강제 사항은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다. 다만 적정 규모 학교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전개하고 있는 지금의 정책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
학교의 적정 규모에 대한 학술적인 논의나 행정적인 규정의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1982년 공식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한 이래 소규모 학교에 대한 일관된 기준을 지키지 않고, 변경할 때마다 납득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적정 규모의 하한선에 미달하는 소규모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불이익을 보충하고 지원해 주기보다는 학교 수 줄이기에 집착하고, 상한선을 초과하는 과대 규모의 학교를 분리해 운영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이 정책이 교육의 질 개선보다는 지나치게 재정의 효율화만을 내세우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또한 비록 소규모 학교일지언정 학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고, 다른 가치와 비교할 수 없는 ‘보호되어야 할 가치’를 지닌다는 인식이 결여됐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통폐합 범위를 확대하는 이번 조치는 더 많은 학교를 통합에 대한 염려 속에 가두어 두고,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를 비통한 심정으로 지켜보는 학부모와 지역 주민, 동문들의 희망과 동떨어져 있기도 하다. 통폐합에 직면한 학교 당사자들의 강한 반발과 이에 따른 소모적인 갈등이 재연될까 걱정이 앞선다.
강압적으로 집행하면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는 통폐합 정책보다는 진정성을 갖고 작은 학교를 보존 육성하는 정책을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 적정 규모 학교로 진입한 성공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학교 통폐합에 쏟을 에너지와 무마용 지원금을 소규모 학교 활력 회복 등 생산적인 곳에 투입하기를 촉구한다.
임연기 공주대 교육학과 교수·한국농촌교육연구센터장
오피니언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