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기자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아닌 사외이사가 맡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이런 변화를 가져온 곳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2006년 정관을 고쳐 아예 사외이사만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했다. 당시 포스코가 내세웠던 정관 변경의 목적은 ‘투명성 강화 및 지배구조 선진화’였다. 포스코에서 이사회 의장을 지낸 한 인사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포스코 이사회는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가 단순히 인원이 더 많다는 것을 넘어 의장 역할까지 하게 되면서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더 커졌다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행보가 재계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는 이유가 있다. 이사회 독립 시도는 지난해부터 삼성그룹이 추진해 온 주주친화 정책들과 맞물려 지배구조 선진화의 초기 단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주주친화 정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난해 10월 통합 삼성물산 이사회 내에 설치한 ‘거버넌스위원회’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맹공을 받자 지난해 6월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기구 설치를 약속했었다.
사외이사 3명과 외부전문가 3명으로 이뤄진 이 위원회는 지난해 10월 30일과 올해 1월 22일 두 차례 열렸다. 두 번째 회의에서는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참여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외부전문가로 참여한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에서는 거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어 글로벌 기업들의 주주권익 보호 활동을 참고하고 있다”고 했다.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인 이종욱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삼성물산 사외이사)은 지난해부터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만나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