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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주펑]한국이 중국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키려면

입력 | 2016-02-19 03:00:00

핵포기 거부한 北의 광기에도 중국, 北의 급붕괴 원치않아
강경 태도로 돌아선 한국, 中 대북정책 바꿀 방법 찾아야
국민 지지 없이는 中 설득 불가




주펑(朱鋒) 난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올 들어 한 달 반 사이에 한반도에서는 전문가들도 상상하기 어려운 큰 변화가 나타났다. 1월 6일 핵실험과 2월 7일 장거리 로켓 발사는 김정은 정권의 광기와 오만을 보여줬다. 세계는 다시 한번 북한이 핵 포기를 거부하는 고집과 망상을 알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연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핵무기 보유를 추구하는 것은 북한의 와해를 가속화할 것이다. 국제사회가 다 알고 있는 것을 왜 김정은만 모를까.

국제관계 이론 중에 ‘거울 이미지(mirror image)’ 이론이 있다. 한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타국의 사례를 본받아 자국도 노력하면 똑같이 복제해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시기와 조건이 달라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것과는 다르다.

김정은 정권이 핵 보유를 기도하는 미친 짓은 상당 부분 ‘중국 경험’을 참고한 것 같다. 1964년 중국은 미국·소련과 동시에 사이가 나빠진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 원자탄을 개발했고 1971년에는 위성 발사도 성공시켰다. 결국 미국의 리처드 닉슨 행정부는 소련에 대항하는 데 있어 ‘중국 패’의 효용성을 보게 됐다. 1972년 2월 닉슨 대통령은 갑자기 중국을 방문해 중미(中美) 화해의 역사적 진전을 이뤄냈고 중국은 미소(美蘇) 양국 사이에서 고립되는 국면에서 벗어났다.

김정은이 ‘중국 경험’을 복제하려고 한 것이라면 완전히 틀렸다. 미국이 중국의 핵 보유를 받아들인 것은 양국 공동의 적인 소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과 북한에 공동의 적이 있는가?

사실 중국도 핵을 보유한 북한이 조만간 붕괴의 길로 갈 것을 안다. 그런데 중국은 왜 더욱 엄하게 북한을 징벌하지 않는가. 왜 당장 석유 등 물자 공급을 중단하고 미국 한국과 함께 제재에 나서 더욱 빨리 북한이 붕괴하도록 하지 않나. 원인은 간단하기도 하지만 복잡하기도 하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가 하나의 과정이 돼야지 갑자기 폭발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중국 동북지방과 북한이 접해 있다는 점, 폭발적인 붕괴로 인해 초래될 난민의 유입, 핵물질 누출, 핵무기 폭발 사고, 그리고 한반도 통일 이후 한국이 한미 동맹을 강화해 중국에 초래할 수 있는 안보의 위협을 우려한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중국이 한미 양국처럼 북한 제재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한중 관계가 악화되고 중미 간에 전략적 경쟁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하는 사람이 많다.

중국도 당연히 지역 정치의 이익을 고려한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실험에 대한 세계의 공분,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유엔의 일치된 비난, 그리고 중북(中北) 관계가 이미 냉각돼 가는 추세 속에서 중국의 수중에 이미 ‘북한 패’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 중단을 포함해 북한에 전면적이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한국은 한반도 정치·외교 국면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됐다.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변화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의혹과 관망의 자세지만 한국이 강경 정책을 지속한다면 중-러도 대(對)북한 외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정책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느냐다.

박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북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방법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북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전에 먼저 중국의 대북한 정책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나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로는 안 된다.

현재의 강경책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뿐 아니라 한국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야당의 지지도 얻을 것이라는 점을 중국에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 보기에 한국 국내 정치의 분열과 국민 지지 부족으로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강경책은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이래서는 중국을 설득시킬 수 없다.

주펑(朱鋒) 난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