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채무 관계의 실체는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고소인 주장에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린다 김을 만난 첫날 호텔방에서 김 씨가 전화 통화를 하며 “어이 권 장군, 양아치 짓 하면 안 돼. 이번 무기는 말이야…” 했다는 대목이다. 돈을 주기로 약속한 전날 밤에는 “카지노에서 1억5000만 원을 날렸다. 곧 ‘공중급유기’ 계약 건으로 300억∼400억 원을 받을 게 있는데 5000만 원만 더 주면 10억 원으로 돌려주겠다”고 했다는 대목도 있다. “넌 군인이었으면 나한테 죽었어”라며 막말도 했다는 것이다.
▷린다 김이 언급한 ‘공중급유기’ 사업은 6개월 전 공군이 전략자산 도입 사업에서 창군 이래 처음으로 미국산 대신 유럽산을 택해 화제가 됐던 ‘에어버스 A330 MRTT’를 거론하는 것일 거다. 총 1조4000억 원 시장에서 미국산(보잉 KC-46A)을 제치고 유럽산이 결정된 직후 언론들은 “현재 방위사업 비리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어느 때보다 공정하게 이뤄졌을 것으로 믿는다”며 “미국산 일변도 무기체계를 다변화한 것은 물론 성능 대비 가격 경쟁력 차원에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