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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FTA 전도사’ 김현종의 더민주당 입당

입력 | 2016-02-20 03:00:00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03년 초 김현종 세계무역기구(WTO) 수석변호사를 불러 국제통상 현안을 브리핑 받았다. 김현종은 “한국은 개방형 통상 국가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지향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특히 미국 등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무현은 그를 1급인 통상교섭조정관에 발탁한 데 이어 2004년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해 한미 FTA 협상을 맡겼다. FTA를 둘러싼 노무현과 김현종의 관계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의 ‘경제 가정교사’ 김재익을 떠올리게 한다.

▷노 대통령, 김현종 본부장, 김종훈 협상 수석대표는 2007년 4월 타결된 한미 FTA 협상의 세 주역이다.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글래디에이터(검투사)로 불린 김종훈의 공도 컸다. 하지만 문외한인 노무현을 김현종이 설득하지 못했다면 한미 FTA 타결은 성사될 수 없었다. 김현종은 FTA 파트너를 ‘미일(美日) 동시 추진’에서 ‘미국 우선’으로 바꾸고, 협상에서도 ‘벼랑 끝 전술’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전략적 사고(思考)가 돋보였다. 김현종과 김종훈을 기용해 성공시킨 한미 FTA는 노무현의 큰 업적이다.

▷김병연 전 주노르웨이대사의 장남인 김현종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통상법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부친은 14세 때 혼자 유학을 떠나 ‘독종 소리’를 들으며 공부한 맏아들에 대한 기대가 남달라 김현종이 한국에서 연착륙하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썼다. 한미 FTA 협상 당시 취재 주무 부장인 필자에게도 아들을 소개해 협상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정도였다.

▷통상교섭본부장을 거쳐 주유엔 대사와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김현종이 18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일각에서는 ‘FTA 전도사’가 더민주당을 택한 것을 의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김현종은 노무현이 “당신과는 잘 통한다”고 할 만큼 신임했던 ‘노무현 사람’이다. 그의 선택이 더민주당의 병폐인 폐쇄적 운동권 체질을 바꾸는 데 기여한다면 야당과 대한민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