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은퇴 그 이후]
대한체육회가 2015년 은퇴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직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약 4명꼴로 직업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활동했던 관련 분야로 취업한 경우는 10명 중 3명이 채 안 됐다. 나머지는 일용직 근로자를 포함해 자영업, 판매원 등의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은퇴 선수 9311명 중 연락 가능한 2010명을 대상으로 직업 현황을 조사했다. 이 중 2년 이상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선수는 44개 종목 128명이었다.
감독과 코치로 나선 경우는 128명 중 18명(14%)에 그쳤고 프로선수로 나선 경우는 9명(7%)이었다. 지도자, 프로선수, 교사 등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재취업한 경우는 36명으로 전체의 28.1%였다.
월수입은 150만∼200만 원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돈방석에 앉는 건 일부 스타 선수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 같은 결과는 국가대표가 아닌 일반 은퇴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한 2010명 중 전업주부 군인 재학생 등 비경제 활동인구를 제외하고 직업 현황을 조사했을 때 무직인 경우가 37.1%였으며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취업한 비율은 21.7%였다.
일자리를 구한 경로는 지인, 가족 소개 비중이 2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은퇴 국가대표의 구직 과정이 아직은 체계화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래의 희망 직업에 대해서는 128명 중 58명(45.3%)이 응답하지 않았다.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12명(9.3%)이었다. 희망 직업 중 1위는 교사(11명·8.5%)였다. 이번 조사에서 128명 중 89명(69.5%)이 국내의 은퇴선수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수의 은퇴 기대와 심리적 위기감 및 재사회화의 관계’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은 “운동선수의 특성상 늦어도 40대 이전에 은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은퇴 대비 기간이 일반인보다 짧을 수밖에 없어 선수들이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현재 국가대표인 20대 어린 선수들의 불안감도 크다. ‘다른 또래들은 일찍부터 취업 준비를 하는데 나는 언제까지 운동을 계속해야 하나’라는 불안감이다.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은 운동을 하면 할수록 불안해지는 시스템 속에 있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국가를 대표해 땀을 흘리고도 국내에서는 막상 체육인 지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가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미란은 “2011년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되고 2012년 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돼 예술인들을 위한 각종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체육인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