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은퇴 그 이후] 호주, 고교 때부터 진로 설계 독일, 훈련센터마다 경력상담사
호주와 독일 미국 등 스포츠 강국들은 일찍부터 선수들의 은퇴 이후 삶을 돕기 위해 노력해 왔다. 선수 개인이 운동과 직업 훈련의 이중 부담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 아래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왔다.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은퇴 이후 삶과 관련된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는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최근의 국제적인 흐름은 고등학교 시절을 비롯한 선수 생활 초기부터 일반 직업인으로서의 경력을 준비하도록 조기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대한체육회의 해외 사례 연구에 따르면 호주는 1995년부터 엘리트 선수 직업교육(ACE·Athlete Career and Education)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고등학교 엘리트 선수들을 대상으로 선수 은퇴 후 진로를 미리 설계하도록 했다.
ACE 프로그램은 운동 학업 취업 준비를 병행하기 위한 시간 관리, 심리 및 재정 상담, 면접 교육 등을 실시한다. 호주는 최근 ACE를 PE(Personal Excellence)로 발전시켜 대중의 관심을 받는 선수들이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영향력 있고 적극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리더십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엘리트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전국의 19개 올림픽훈련센터마다 경력상담사를 배치해 선수들의 취업을 돕고 있다. 각종 기업과 연계해 일찍부터 직업훈련을 시키고 있다. 독일은 기부금 및 복권 이익금 등으로 스포츠지원재단을 만들어 이 같은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올림픽 및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ACP)을 운영해 왔다.
국내 은퇴 선수를 위한 복지제도로는 입상 실적에 따라 매월 일정액 또는 일시금을 지급하는 ‘경기력향상연구연금제도’가 대표적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현재 월정액을 받고 있는 사람은 장애인체육 포함 1252명이다. 일시금 및 특별 장려금을 받은 사람은 지난해 56명이다.
체육인들은 현금 위주의 이러한 지원 제도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데 비해 수혜 대상자가 제한돼 있고 실질적인 직업훈련이나 경력 개발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또 대한체육회 체육인복지부에서 은퇴 체육인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3명의 직업상담사를 고용해 선수들의 취업을 돕고 있으나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해외와 비교하면 인력과 시스템을 확대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체육인들은 외국처럼 체육인들을 위한 재단 또는 공제회를 만들어 이 기금으로 은퇴 체육인들을 위한 취업 교육 및 취업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체육인 출신인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이러한 내용을 근간으로 하는 체육인복지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기관을 계속 늘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가톨릭관동대 박종훈 교수는 “현재의 체육인 복지제도는 소수의 선수 및 지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전체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다. 현재의 체육인 복지 사업을 재검토해서 은퇴 선수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원홍 bluesky@donga.com·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