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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예산 반납하겠다는 학교에… 서울교육청 “반드시 집행하라” 압력

입력 | 2016-02-22 03:00:00

디지텍高 “법적근거 없이 강요… 힘으로 학교 제압하겠다는 것”




서울시교육청이 친일인명사전 구입이 적절치 않다며 관련 예산을 반납하겠다는 일선 학교의 의사를 무시하고 예산을 반드시 집행하라고 다시 한 번 압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시교육청과 서울디지텍고에 따르면 시교육청 산하 중부교육지원청은 최근 서울디지텍고에 공문을 보내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위한 예산은 목적사업비이므로 학교에서는 그 목적에 맞게 예산을 편성, 집행한 후 결과를 송부하라”라고 지시했다. 이는 서울디지텍고가 12일 ‘친일인명사전 구입은 교육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시교육청이 배부한 예산을 반납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한 대응이다.

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의 거부 의견을 수용하는 대신 시교육청의 지시대로 집행할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한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목적사업비로 내려 보낸 이상 반드시 집행해야 한다는 게 시교육청의 입장”이라며 “집행하지 않는다면 사유가 무엇인지, 그 사유가 타당한 것인지 등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친일인명사전 구입 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회나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등을 열어 심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시교육청이 이를 무시하고 학교에 사전 구입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디지텍고는 24일 정산보고 시점에 맞춰 예산 미사용과 반납 의사를 다시 한 번 알릴 계획이다. 이 학교 곽일천 교장은 “이미 예산을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시교육청이 법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집행하라고만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막무가내로 강요하는 것은 학교를 권력으로 제압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