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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민동용]야당, 이제는 인정을 하자

입력 | 2016-02-22 03:00:00


민동용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야당의 대책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 대표는 “있지만 말하지는 못하지. 그걸 말했다가 여당이 가져다 쓰면 우리는 뭐가 되느냐”고 했다. 정말 대책이 있지만 그런 우려가 있어 내놓지 못한다고 정색하며 말한 것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환이 가능한 장거리 로켓 발사, 그리고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북한의 폐쇄 조치가 이어졌지만 야권의 반응은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더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 발사 아니냐”는 북한 정권을 기분 좋게 해주는 발언이 있었고,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언사들이 잇따랐다. 정점은 더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전격적으로 폐쇄하면서 남북 관계를 근본적 위기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고 한 발언이었다. 개성공단을 폐쇄한 주체도 틀렸고, 핵실험을 한 북한이 아니라 그에 강하게 대응한 박근혜 정부에 위기의 책임을 물었다.

다른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햇볕정책을 보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고, 김 대표가 영입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실리적인 전제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개성공단을 폐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의당도 더민주당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더민주당보다 더 강하게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정동영 전 의원은 “(더민주당) 영입 인사들이 서슴없이 개성공단 폐쇄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두둔하고 있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물론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같은 보수적 견지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 그렇다고 햇볕정책이 성공했다고 야권이 지금처럼 강변할 수도 없다. 현실은 햇볕정책으로도, 보수적 강경책으로도 북핵을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깝다. 앞으로도 어느 한 방식이 주가 되는 대북정책은 현실적인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

이런 측면에서 제4차 북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는 야권의 대북정책에 ‘진실의 순간(moments of truth)’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설마 북한이 우리에게 핵을 쏘겠어?’ 하는 기존의 전제를 야권이 버려야 할 때가 왔다.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은 기존의 사고방식을 뛰어넘어야 한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첫발은 야권이 ‘햇볕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햇볕정책을 다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잘못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보완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하자는 것이다. 야권이 갈라진 채 4·13총선을 맞게 되면서 햇볕정책이 정쟁의 대상이 되고 교조화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