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적의 A 씨(26·여)는 2012년 2월 베트남으로 결혼 원정을 온 남편 김모 씨(41)를 소개받고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15살 나이차와 언어 문제에도 시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한국에 있는 시댁에 들어와 살았지만 결혼 이듬해 비극이 찾아왔다. 함께 살던 남편의 계부인 시아버지에게 두 차례나 성폭행을 당한 것. 시아버지는 징역 7년이 확정됐으나 재판 과정에서 A 씨의 ‘불행한 과거’가 드러났다.
A 씨는 13살 때 베트남 소수민족 남성에게 납치돼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다. 8개월 만에 겨우 친정으로 도망쳐 아이를 낳았지만 곧장 남자가 데려가 버렸다. A 씨는 이 사실을 결혼중개업자에게 알렸지만 그가 남편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씨는 A 씨가 결혼 전 출산 사실을 속였기 때문에 혼인 취소사유인 ‘사기 결혼’에 해당한다며 이혼과 함께 위자료 3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 2심은 “출산 경력은 혼인의 중대한 고려 요소로서 김 씨가 A 씨의 출산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김 씨 부부의 혼인을 취소하고 A 씨가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