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방방곡곡의 GS25 편의점 점주 1만 여 명이 17~21일 서울 강남구 양재대로 aT센터에 모였습니다. 무슨 일이었을까요.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지난달 스타트업, 청년 퇴직자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기업 후원 아이디어 공모’를 받았습니다. 흥미로운 건 심사를 편의점 점주들에게 맡겼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업 아이디어가 편의점 운영에 도움이 될지는 점주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그런데 편의점이 왜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할까요. 22일 발표된 공모전 선정 결과를 보면 무릎을 칠 수밖에 없는 내용이 적지 않습니다. 대상인 1위를 차지한 아이디어는 ‘알빵(알바빵꾸)’이란 특이한 이름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입니다. 말 그대로 아르바이트생이 갑자기 결근할 때 편의점주가 ‘SOS’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앱입니다. “오늘 오후 OO동 편의점에서 근무자 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우면 단기 근무를 원하는 사람이 응답합니다. 전체 투표자의 45.1%가 이 아이디어를 지지했습니다.
GS리테일은 창업 아이디어를 받으며 오로지 ‘편의점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만을 달았습니다. 입상 기업들은 100만~3000만 원의 상금을 받고 아이디어 소유권도 계속 보유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낸 개인이나 기업이 원할 경우에는 GS리테일과 함께 상품 및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조윤성 GS리테일 편의점 대표는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에 감탄했다”며 “실제 사업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 정책 이후 많은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시도가 흐지부지됐습니다. 정책 목표만 쫓아 본업과 관련이 없는 스타트업 기업에도 일회적인 지원을 해 왔기 때문입니다. GS리테일은 이번에 점주 1만 명의 검증을 받아 지원할 청년 스타트업을 골랐습니다. 이런 정성이 창업으로 이어져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윈윈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