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계좌이동제 ‘본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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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은 ‘집토끼’를 사수하는 한편 다른 은행의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치열한 영토 전쟁에 돌입했다. 계좌이동제 확대 시행에 대비해 각종 우대금리와 부가서비스를 얹은 신상품을 내놓고,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건 이벤트까지 진행하고 있다.
○ 시행 3개월 만에 32만 건 계좌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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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약 3개월 동안 83만 명이 페이인포에 접속해 32만 건의 계좌를 변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이 가장 많은 8만3000건의 신규 계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이체 항목에 통신비 보험료 카드대금 등만 포함됐는데도 많은 고객들이 계좌를 갈아탄 것이다.
이제 26일부터는 페이인포 사이트뿐 아니라 각 은행 영업점과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해서도 계좌 변경이 가능해진다.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주거래 계좌를 옮기고 싶다면 B은행 영업점이나 인터넷뱅킹을 방문해 신청서만 작성하면 A은행에 연결된 자동이체 거래가 B은행 계좌로 넘어오는 식이다. 또 통신비 카드대금처럼 요금 청구기관이 돈을 빼가는 것뿐 아니라 월세나 동창회비, 펀드 납입금처럼 고객이 직접 은행에 신청해 매달 출금하는 자동송금도 계좌 이동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서비스 확대로 계좌 이동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은행 간에 상당한 자금 이동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계좌 이동 서비스 대상이 되는 개인 고객의 수시입출금식 예금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약 243조 원에 이른다. 은행권 전체의 자동이체 금액은 800조 원이나 된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은행들의 충성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특히 ISA 도입과 맞물려 차별화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는 전략이 필수적이고 절실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 금융혜택-부가서비스로 러브콜
본격적인 승부를 가리기 위한 새로운 상품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계좌이동제 확대 시행에 대비해 개인사업자에게 금융 혜택과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한 주거래 사업자통장’을 내놓았다. KB국민은행은 거래 실적에 따라 항공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계좌이동제 특화 상품인 ‘KB아시아나원(ONE)통장’을 19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기존 고객 관리를 위해 우리은행은 지난달 ‘우리웰리치 주거래 예금’ 등의 금리를 연 0.15%포인트씩 올렸다. 우대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0.2%포인트 금리를 더 준다. KEB하나은행도 ‘통합 하나멤버스 주거래 우대적금’에 가입하면 급여 이체 등 실적에 따라 최고 0.8%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 준다.
체계적인 고객 관리를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계좌이동제 시행 이후 새로 유입된 고객과 다른 은행으로 이탈한 고객을 분석하는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진행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