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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차 산업혁명의 ‘가상현실 플랫폼’ 선점할 수 있나

입력 | 2016-02-23 00:00:00


산업 간 융합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 개막을 앞두고 21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에서 그는 “가상현실(VR)은 가장 사회적인(Social) 플랫폼이며, 차세대 플랫폼”이라고 했다. 10년 전에는 사람들이 자기 경험을 문자로 공유했고 최근엔 이미지로 기록했지만 이제는 모두 함께 있는 것 같은 VR로 경험을 나누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플랫폼은 우리말로 승강장이다. 각지로 가는 교통수단과 승객이 모이면서 쇼핑과 광고뿐 아니라 개인과 기업을 연결하는 종합 비즈니스 광장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1∼3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각각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 같은 단일 기술이나 상품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기술과 제품이 자발적으로 집결되는 공간, 즉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VR 플랫폼에선 게임은 물론이고 원격의료, 원격탐사, 제품 설계 등 무궁무진한 비즈니스가 교류될 수 있다.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7.9% 감소 쇼크를 겪은 데 이어 올 1월 18.5%, 2월 1∼20일만 17.3%의 감소세를 보이면서 수출 부진이 만성화하고 있다. 수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해온 삼성전자는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갤럭시S7’ 공개 행사장에 나온 저커버그는 작년 말 태어난 딸 맥스의 걸음마를 360도 VR로 촬영한다며 “삼성의 모바일 하드웨어와 페이스북 VR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면 세계 최고 VR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성장동력도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면 세계시장에서의 선점은 어려울 수 있다.

정부의 수출대책은 PC 시대인 2000년대 초반 수준이다. 기업 규제를 단두대에 올리고, 전통적 제품 생산에 쏠린 인력을 줄이는 대신 글로벌 시장과 소통하는 인력을 늘리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고통이 따르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넓고 자유로운 플랫폼에 먼저 발을 내딛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