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완벽 강박관념에 신음… 서울대, 학생 치유 나섰다
실제 자살자도 증가했다. 최근 5년간 평균 1, 2명에 그치던 서울대생의 자살은 지난해 5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12월 과학고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한 서모 씨(당시 19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생존을 결정하는 건 수저 색깔”이라며 수저론을 언급한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다. 가정형편도 나쁘지 않았고 성적 역시 장학금을 받으며 다닐 정도로 우수했다. 그러나 약학전문대학원 입문자격시험(PEET) 준비에 따른 성적 부담, 경미한 교통사고 처리에 대한 고민 등으로 혼자 시름하다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 최고가 돼야 한다는 강박증
박 씨와 같이 성적 등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서울대생의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서울대 병’이라 불리는 이 같은 학생들의 모습은 최고 명문 서울대에 합격해서도 최고가 돼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나온다. 최고와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니 작은 실수에도 민감하고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불안감과 초조함, 수치심을 갖는 게 대표적인 증세다. 심하면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 학생 상담 대기시간 ‘0’ 목표
국내 최고의 수재들을 모아 놓은 서울대생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상담실을 찾는 학생 수에 비례해 인력과 예산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학생들의 상담 대기 기간은 갈수록 길어졌다. 2015년 3월 기준 21일이던 대기일수는 2015년 9월 45일로, 2015년 11월에는 55일까지 늘어났다. “학기 초에 상담을 신청하면 학기 말이 돼서야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대학생활문화원의 인력과 예산을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교육학과 심리학 학위소지자로, 상담심리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를 현재 20여 명에서 40∼50명까지 지속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곽금주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장(심리학과 교수)은 “현재 55시간까지 걸리는 상담 시간을 ‘0’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들에게도 학생과의 대화법 등 ‘서울대 병’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해 교수진이 학생들의 고충을 선제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그동안 서울대 교수들이 자기 연구와 교육 활동에만 치중했다는 점을 반성하면서 실질적인 멘토가 되겠다는 것이다. 곽금주 원장은 “서울대는 한국을 이끌어갈 학생들을 건강하게 배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교육, 연구, 봉사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건강한 졸업이라는 대학 본연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