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위기관리 전문가
첫째가 경험(Experiences)이다. 단순히 어느 직장에서 어떤 직책에 있었는지가 아니라 실제 내가 실행했던 프로젝트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보자. 기억을 더듬어야 하기 때문에 이 목록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생각날 때마다 수정하고 보완해가며 만들어야 한다. 각 프로젝트에서 내가 기여했던 일과 긍정적 피드백이 있었던 점은 무엇인지도 떠올려보자. 최대한 상세한 목록을 만들수록 전문성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는 전문 분야(Expertise). 제일 중요한 항목이다. 지난 1년 동안 명함을 몇 장이나 썼는지 생각해보자. 100장이었다면 누군가에게 당신을 소개할 기회가 100번 있었던 것이다. 혹시 명함을 건네며 어느 회사와 부서, 어떤 직책이라고만 말하지 않았는가? 명함을 줄 때마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한 번씩이라도 언급한다면 어떨까? 구체적인 전문 분야를 매년 백 번씩 알리는 사람과 그저 직책만 이야기하는 사람의 미래는 다르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전문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먼저의 경험 목록을 정리하면서 현재 혹은 향후 3∼5년 이내에 나의 전문 분야를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지 정리해보자. ‘마케팅 전문가’는 우리나라에 수없이 많다. 구체적일수록 좋다. 최근 만난 30대 직장인은 신용카드회사에서 소비자 포인트 제도를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인사부에서 직원 복지 및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그는 자신을 인센티브 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넷째는 교육(Education)이다. 단순히 대학에서 어떤 분야를 전공했는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받아온 트레이닝이 무엇인지, 혹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받아야 할 교육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요즘처럼 학위가 넘쳐나는 시대에 괜히 불안한 마음에 대학원 다니기보다는 전문성을 강화하고 연결할 수 있는 국내외 프로그램을 찾아보거나 전문가를 만나보는 것, 그 분야의 새로운 정보를 계속 습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추천인(Endorser)이다. 나의 전문성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추천해줄 사람이 있는가?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 말은 수많은 모임을 다니며 술을 마시라는 뜻이 아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들과 신뢰를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네트워킹이다.
우리는 언젠가 내 명함이 없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자신이 속한 회사와 직책만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위의 다섯 가지 E를 중심으로 만드는 새로운 이력서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나를 바라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다. 우선 나를 설명해주는 전문성, 전문 영역을 만들자. 그리고 수년이 지나 사람들이 그 분야와 관련된 이슈를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나를 떠올리게 만들도록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하자. 가장 든든한 명함은 높은 직책이 아니라 뚜렷한 전문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