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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반칙 연루된 사람들, 국회 진출 금해야

입력 | 2016-02-23 03:00:00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기대하는 대표자 역할의 핵심은 책임성이다. 지역선거구 주민에 대해 그들의 의사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20대 총선 예비후보자 가운데 부정행위에 연루됐거나 구설에 오른 변호사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검찰 고위직을 지낸 최모 변호사는 변호인 선임서나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고 몰래 변론한 행위로 인해 대한변협으로부터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았다. 박모 변호사 역시 검찰 고위직에 있다 불미스러운 일로 면직됐는데도 이번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지역주민에게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들은 일반 국민보다는 훨씬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고도의 공익성과 윤리성이 강조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변호사들이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법조인 스스로 허물어 버리는 행동이다.

민주주의가 국민으로부터 정통성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고위 권력층의 부정부패다. 권력층의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한 민주주의는 형식과 절차로만 실현될 뿐 실질적으로는 진정한 국민을 위한 통치가 될 수 없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 등록 마감과 더불어 각 정당은 경선과 공천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하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에 따라 부정과 비리에 관련된 자는 부적격 기준에 해당된다고 선을 긋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비슷한 의미의 공직 추천 후보자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과거의 전력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선거운동을 하는 일은 선진국 그 어느 나라에도 없다. 부정부패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고위 공무원, 의료인, 종교인, 기업인도 공천 과정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 한국의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완전히 깨고 자신들끼리만 서로 봐주고 밀어주는 밀월 시스템에 익숙해 있다. 이러한 전관들이 국회로 가기 위해 자신들의 허물을 숨기고 지역주민에게 다가가 권력 완장을 내보이며 표를 달라고 회유하는 것은 지역주민의 민의를 왜곡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이제 각 정당은 앞으로 경선 과정에서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공천 부적격자들을 원천 배제함으로써 이들의 부정한 농단으로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이 더 이상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