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는 크루즈의 경쟁자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5·플로리다)을 겨냥한 홍보 영상물에 사실을 왜곡한 내용을 담았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크루즈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캠프의 입’을 잘랐다. 문제의 영상에서 루비오는 “성경에는 해답이 별로 없다”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루비오가 실제로는 “성경에는 모든 답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를 거꾸로 편집해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크루즈는 비난과 삿대질이 난무하는 공화당 경선에서도 유독 거짓말과 네거티브 캠페인을 많이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루비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을 합성한 뒤 ‘루비오와 오바마의 무역협정’이란 문구를 넣은 포스터를 대대적으로 인터넷에 유포했다. 1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벤 카슨이 경선을 중도 포기할 수 있으니 크루즈를 지지해라”는 e메일을 당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카슨은 코커스 후 플로리다에 잠시 가기로 한 것이었는데 ‘경선 중단’이라고 악의적인 흑색선전을 해댄 것이다. 크루즈는 아이오와에서 승리했으나 트럼프는 “승리를 도둑질했다”며 경선 무효를 요구했다. 크루즈는 미-멕시코 국경에 벽을 세워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에 대해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기보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반복적으로 주장해왔다.
‘믿을 수 있는 테드(TrusTed)’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밀고 있는 크루즈는 이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잘못된 정보가 나간 것은 잘못된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경선 도중 거짓말 파문으로 핵심 참모를 해고하는 것은 크루즈에게만 벌어진 일은 아닌 듯하다. 다음 달 1일 15개 주에서 동시 경선을 치르는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트럼프와 루비오도 경쟁자를 비난하는 TV 광고를 집중 배치할 작정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다음은 누구의 대변인이 해고될지 지켜볼 일”이라며 혼탁한 분위기를 꼬집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