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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막으려 ‘필리버스터’ 나선 野

입력 | 2016-02-24 03:00:00

鄭의장 직권상정하자 더민주 맞불
밤샘토론으로 시간 지연… 여야 대치
‘지역구 253-비례 47석’ 선거구 합의… 北인권법은 법사위 거부로 또 불발




野 무제한 토론에 與 집단 퇴장 국회 본회의장 시계가 오후 11시를 가리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오른쪽 연단에 서 있는 사람)이 4시간 가까이 연설을 계속하고 있다. 본회의장은 일부 의원만 앉아 있어 썰렁한 분위기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섰다. 더민주당 의원들이 밤새 발언을 이어가면서 이날 테러방지법 처리는 불발됐다.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없이 직권상정을 한 것도, 야당이 무제한 토론으로 의사진행을 막은 것도 2012년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의장의 직권상정을 엄격히 제한하는 동시에 1973년 폐지된 무제한 토론 제도를 되살렸다.

국회는 하루 종일 혼란 상태였다. 여야 지도부는 본회의를 열어 북한인권법과 무쟁점 법안을 처리한 뒤 테러방지법과 선거구 획정안을 계속 논의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더민주당 소속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이 무쟁점 법안의 법사위 통과를 거부하면서 여야 합의는 반나절도 안 돼 물거품이 됐다. 그러자 정 의장이 “국제적 테러 발생과 북한의 도발 행태를 볼 때 국민 안위와 공공 안녕이 심각한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선포했다.

첫 무제한 토론자로 나선 더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국가정보원의 테러 첩보를 갖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면 국가정보원이 언제든 정치에 개입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더민주당이 무제한 토론을 포기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테러방지법을 표결 처리하기로 하고 의원들을 밤새 대기시켰다. 더민주당의 저지로 테러방지법은 최초 발의 이후 15년째, 북한인권법은 11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그나마 이날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의 선거구 획정 기준에 합의했다. 1월 1일 선거구 공백 사태가 발생한 지 53일 만이며, 4·13총선을 딱 50일 남겨두고서다. 정 의장은 이 기준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보내 25일까지 최종 획정안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 필리버스터 ::

소수당 의원들이 시간제한 없이 발언에 나서 의사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 용어 자체는 16세기의 ‘해적선’ 또는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선 1969년 8월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3선 개헌에 반대해 10시간 15분 동안 발언한 게 최장 기록이다. 세계적으로는 1957년 미국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 민권법안에 반대해 24시간 8분 동안 연설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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